尹 '중동 외교' 영향은?... 이란 개입, 전쟁 장기화가 관건

입력
2023.10.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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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관여 안 했다고 밝힌 건 일을 크게 벌이지 않고 싶다는 속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외교가 꼬였다. 자원 부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를 교두보 삼아 가장 껄끄럽던 이란과도 관계 개선에 나설 참이었지만 일단 주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란이 무장단체 하마스의 배후로 밝혀지거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셈법은 훨씬 복잡해진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10일 중동 정세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교민 안전을 중심으로 시시각각 상황을 점검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대통령실은 일단 이번 전쟁이 당장 정부의 중동 전략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이란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일을 크게 벌이지 않고 싶다는 속내”라며 "사우디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 것도 아랍권의 연대를 중시하는 중동 국가로서 너무나 당연한 발언이고 하마스도 그 점을 노렸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경제의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중동의 사우디, UAE 등과 협력을 강화해왔다. 일종의 안전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들 우방국의 주변지역에서 전쟁이 터지면서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에도 중동 전쟁의 여파로 국내 경제가 타격을 입어 휘청인 전례가 적지 않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제유가라든지, 환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매 순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황에 따라 정부의 대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장기전으로 치달아 피해가 급속히 불어나거나 이란의 개입 사실이 드러나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팔레스타인의 피해가 커지게 될 경우, 아랍권이 단결하거나 연합을 굳건히 하는지가 첫 번째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란이 배후라는 게 드러날 경우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이스라엘이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도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이란과의 관계다. 이란은 2017년 교역규모가 120억 달러(약 16조 원)를 웃돌 정도로 한때 우리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 미국과 이란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커지곤 했다. 윤 대통령이 올 1월 UAE 파병 국군아크부대를 방문해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언급해 이란의 거센 항의를 받은 씁쓸한 기억도 있다.

최근 미국이 대이란 금융제재를 해제하면서 상황이 바뀌는가 싶었다. 한국의 은행에 묶여 있던 이란 원유 수출대금 60억 달러(약 8조 원)가 풀려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반면 이번 전쟁에 이란이 관여했다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미국과 보조를 맞춰 성토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팔레스타인 지지선언을 한 사우디를 비롯해 한국과 경제·안보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는 변함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300억 달러(약 40조 원)로 추산되는 사우디와의 투자 협력 약속에 대한 후속 논의도 연말에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김현빈 기자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