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큰형님' 빈 살만 "팔레스타인 편에 선다"...중동 해빙 물 건너간다

입력
2023.10.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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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가까워지던 사우디
"팔 국민 지지" 이스라엘 경계
미 "이스라엘에 지상군 안 보내"
튀르키예·이집트 "폭력 중단" 중재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 편에 섰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사흘 만이다. 최근까지 사우디는 '정치·종교적 원수' 이스라엘과 외교 정상화를 하는 대신 미국에서 군사 지원을 받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으로서 팔레스타인을 지켜야 한다는 '대의'를 챙겼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거듭 지지했다. 국제사회가 전쟁을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사우디 "팔레스타인 국민 지지"

10일(현지시간)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통화에서 "팔레스타인 국민의 편에 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사우디 언론들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하마스의 공격 직후인 7일 사우디 외교부는 성명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지만, 무함마드 왕세자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확전을 막아야 한다면서도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정당한 권리와 희망,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성취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유대 국가 건설을 위해 팔레스타인 영토를 빼앗고 팔레스타인인들을 핍박해 온 만큼,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공격에 명분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국제법 준수"를 강조해 하마스의 비인도적 공격과는 거리를 뒀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미국의 우방으로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적대 관계다. 사우디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재로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면서도 전제 조건으로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승인'을 내세워 왔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달 미국 폭스뉴스에 "이스라엘과 매일 가까워지고 있다"면서도 "팔레스타인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AP통신은 "하마스 공격에 대한 아랍권 반응은 미국이 팔레스타인 주권 문제를 빼놓고는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관계 개선을 추진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로써 미국이 추진해 온 '중동 해빙'은 당분간 어렵게 됐다. 이번 사태 종료 이후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관계 개선을 곧바로 다시 모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 등 5개국 "이스라엘 자기방어 지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5개국 정상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지지했다. 이들은 9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견고하고 단합된 지지를 표명하고, 하마스와 하마스의 지독한 테러 행동에 대해 분명한 규탄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아랍권인 튀르키예와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서 중재자로 나설 의사를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9일 전화통화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측에 즉각 폭력을 중단하고 주민들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고 했다. 튀르키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적극 지원해 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요청하면 분쟁 종식 중재를 돕겠다"고 했다.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