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코스닥지수가 7개월 만에 800선 아래로 추락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차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코스닥은 전장 대비 2.6% 내린 795로 마감했다. 800선이 깨진 것은 3월 17일 이후 처음이다. 강보합권을 유지하던 코스피도 막판 뒷심을 잃고 소폭(-0.3%) 하락했다. 마감가는 2,402.58이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는 간밤 뉴욕 3대 증시가 강세를 띤 데 힘입어 반등했다. 일본 닛케이225가 2.4%, 홍콩 항셍은 1%(오후 5시 기준) 상승했다. 아직 전쟁 확산 가능성을 낮게 보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의 '비둘기적' 발언에 더 주목했기 때문이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9일(현지시간)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 전반의 긴축 상황을 인식하고,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평가하는 데 이를 염두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이를 시장금리가 충분히 높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재점화하는 등 자국 이슈로 하락했지만 그 폭(-0.7%)이 크지는 않았다.
유독 한국 증시만 스러졌던 이유로 전문가들은 수급 문제를 지적한다. 주식을 살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고금리 지속 우려로 투심이 악화하자 지난달부터 양대 증시 거래대금은 각각 10조 원을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거래대금이 적을수록 주가는 미세한 자극에도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특히 2차전지주 등 테마주의 부진이 심한 상태다. 쏠림이 컸던 만큼 발을 빼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11일 '황제주'를 반납한 에코프로는 이날 6.3% 하락해 6월 19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80만 원을 밑돌았다(종가 78만6,000원). '형제주' 에코프로비엠도 5.3% 내려 22만3,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더불어 각광받았던 엔터주도 JYP엔터 마이너스(-)4%, 에스엠 -6.7% 등 낙폭이 컸다.
오후 5시 에너지 선물 가격은 0.4% 약세로 돌아섰다. 전쟁 긴장감에 간밤 4% 급등했으나 "여파는 제한적"이란 관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향후 사태 전개 양상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금융시장·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열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24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