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10일 공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9등급 상대평가' 기조를 유지하자 시도교육감, 교사노조 등은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학생들이 수능과 관련 없으면 수업을 소홀히 하는 '잠든 교실' 문제, 수능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려 입시학원에 의지하는 문제, 수능 성적으로 판가름되는 대입 정시 전형을 노려 'N수생'이 양산되는 문제 등을 해소하려면 수능 성적 산출 방식을 바꾸고 난도를 낮춰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수능 절대평가 전환 △수능 난도의 적정 수준 하향 △수시와 정시 통합 운영과 간소화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기재 제한 완화 및 생기부 반영 비율 확대 △논서술형 수능 문항 출제(중장기 과제) 등을 대입제도 개선 방안으로 제안했다. 17개 시도교육청이 교사를 포함한 교육과정·대입제도 전문가를 소집해 논의한 방안이다. 교육감들이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수능 절대평가화가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수능 절대평가화는 내신 성적을 절대평가로 산출한다는 기존 고교학점제 시행 방안과도 부합한다는 게 협의회의 설명이다. 협의회는 "학생 진로에 맞는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 수능에서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2025학년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 체제에서는 수능 성적 부담 때문에 듣고 싶은 과목을 듣기보다 수능 공부에 보탬이 될 과목을 골라 듣는 학생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다. 협의회는 극소수 상위권 학생의 성적 변별을 위해 초고난도 문제가 출제되고 과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비 지출이 유발되고 있다며,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서 문제도 보다 쉽게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대입 전형을 학생부 위주, 수능 위주 전형으로 간소화하고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는 대학별 고사(구술, 논술)는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이 입시 과정에서 학생의 성장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독서 활동, 동아리 활동에 대한 생기부 기재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 교사 노조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능 상대평가를 그대로 두면서 수시, 정시 비중도 유지하는 이번 조치는 내신 5등급제 개편과 맞물려 수능의 대입 영향력을 높이고 수능 대비 사교육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고교 내신의 5등급 상대평가 병기 방침에도 "단 한 과목도 실패가 용인되지 않도록 교실을 긴장시켜 내신 경쟁이 격화되고, 내신 사교육 기간을 전 학년으로 연장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13~14일 전국 성인 1,01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수능 절대평가화에 56.2%가 찬성했고 고교 내신 전면 절대평가화에도 55.4%가 동의했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와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수능과 내신 모두 절대평가화할 것을 교육부에 촉구했다. 전교조는 "내신만이 아니라 수능도 5등급 절대평가 전환을 요구한다"며 "중장기적으로 대학 균형 발전을 통해 대학 서열을 해소하고 대입 자격고사를 도입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교사노조는 "경쟁 고통 완화와 고교 교육 내실화를 위해 단기적으로 고교 내신 및 수능에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중기적으로는 수능을 자격고사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