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이 중국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중국을 향해 미국·이스라엘은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연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베이징으로 초청해 '중동 피스메이커(peacemaker·분쟁 중재자)' 이미지를 굳히려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팔레스타인 독립국 수립을 지지하는 중국의 접근 방식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양측 간 분쟁을 종식시킬 '중재'에 공을 들이며 중립을 고수해 온 중국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는 뜻이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중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고조 상황을 면밀히 주시 중"이라며 "분쟁을 고조시키고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움직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속한 평화 회복을 희망한다"며 "근본적 해결책은 '두 국가 해법'을 실천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해법이긴 하나,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상황에서조차 '팔레스타인 독립국' 논의를 촉구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미국 의회 고위급 인사가 시 주석 면전에서 중국의 태도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9일 베이징을 방문 중이었던 척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시 주석을 만나 "당신이 이스라엘 국민과 함께 서서 비겁하고 사악한 공격을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며 "어려운 시기에 이스라엘인에 대한 동정과 지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은 중국 입장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도 중국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유발 왁스 중국 주재 이스라엘 대표부 부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중국이 하마스를 더 강력히 비난하길 기대했다"며 "사람들이 거리에서 학살당하고 있는데, 지금은 두 국가 방안을 해결책으로 요구할 때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중동의 '평화 중재자'로 급부상한 중국의 외교적 입지도 좁아질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외교 관계 복원을 중재한 데 이어, 6월 시 주석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연말쯤 중국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도자를 각각 만나 갈등 중재에 나섬으로써 중국의 대중동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당분간은 실현 불가능한 구상으로 남게 됐다. 왁스 부대표는 "현 상황에서 과연 (네타냐후 총리의 방중이) 성사될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리웨이지안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SCMP에 "갈등의 골이 깊은 양측 간 중재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물며 중국 혼자서 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