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 진통제, 수면제 등 약물에 급성 중독돼 사망한 사람이 최근 5년간 1,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증하는 마약류 단속 못지않게 마약성 의약품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도 시급해 보인다.
10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년~올해 8월) 국과수에 의뢰된 부검감정 건 중 마약성 진통제와 우울증 치료제, 수면제 등 약물 급성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931명에 이른다. 거의 이틀에 한 번꼴이다. 약물 급성 중독은 고의 혹은 실수로 약물을 과다 복용하거나 치료 효과 외 독성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를 뜻한다.
약물 급성 중독 사망자는 2021년 236명으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 159명으로 줄어 잠시 주춤했으나, 올 들어 8월까지 136명이 사망해 이런 추세라면 연간 200명을 다시 넘어설 전망이다.
마약류 중독 사망자도 매년 10명 넘게 나왔다. 국과수 자료를 보면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엑스터시 등 마약류에 중독돼 숨진 사람은 최근 5년간 56명을 기록했다. 올해도 3명이 사망했다. 40대가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14명), 20대(12명) 순이었다. 10대 사망자도 1명 있었다.
알코올, 가스 등으로 급성 중독의 범위를 넓혀도 마약성 진통제 및 치료제 계통의 약물이 전체 사망자(2,918명)의 약 31.9%를 차지해 보다 촘촘한 약물 오·남용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내년도 마약류 대응 예산을 올해의 2배가 넘는 602억 원으로 확대 편성하는 등 역량을 대거 결집하고 있지만,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없어 관리·감독 부실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기에 다이어트약, 과잉행동증후군 치료제 등 의료용 마약류를 마약 대신 처방받는 등 법 체계의 허점을 노린 약물 범죄도 계속 증가해 위기감을 더한다. 국과수 관계자는 "부검을 하는 시신은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경우가 많아 실제 약물 중독 사망자는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의약품을 오·남용해도 약물에 많이 중독된다"며 "보건당국이 좀 더 현실적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