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에서 연락드렸습니다. OOO씨 본인 되십니까?"
휴대폰 너머 차분하고 사무적인 목소리의 여성이 말을 건넨다. TV에서 희화화하던 보이스피싱범들처럼 말이 어눌하거나 연변 사투리를 쓰지도 않고, 국어책 읽는 어투도 아니다. 내가 살던 집 주소와 회사 주소를 정확히 알고 있다. 깜빡 속아넘어가기 쉽지만, 역시 보이스피싱범이다.
10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12명의 목소리는 올해 상반기 보이스피싱 사기범으로 제보받은 937건의 사례 중 5회 이상 반복 제보된 것들이다. 해당 목소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성문분석 기법을 통해 동일범으로 판단됐다. 12번이나 제보된 목소리도 있었다.
보이스피싱범들은 주로 비슷한 수법을 보이는데, ①검찰을 사칭하면서 수사목적의 통화임을 강조하고 ②구체적인 사건 내용 언급과 함께 '계좌동결', '제3자 제공', '피해자 입증' 등의 전문 용어를 사용하며 ③피해자 입증을 하지 않으면 소환장을 발부해 피의자로서 조사받게 하겠다고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또 ④"잡음이나 제3자 목소리가 들어가면 통화 녹음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며 고립된 장소로 유도하고 ⑤숫자로 된 인터넷 IP주소를 불러주며 가짜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한다.
검찰을 사칭하는 전화를 받는 경우 가장 필요한 건 상대를 의심하고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하는 경우가 빈번해, 일단 전화를 끊고 직접 은행 등에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은행 앱 등에서 자신의 명의로 개설된 모든 계좌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확인이 되지 않을 경우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 사건 공문을 확인시켜주겠다며 IP주소를 불러주는 경우, 불러준 주소 대신 검찰청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겠다고 대응해야 한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경우 금감원에 제보할 수 있다. 금감원 홈페이지 내 '보이스피싱 지킴이'에 녹취파일을 첨부해 올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