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해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를 무기한 유예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9일 밝혔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속에 한국 기업의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최근 미국 정부는 수출통제 당국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경제안보대화 채널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미국 수출 관리 규정에 따른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 앞으로는 별도의 허가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하겠다는 최종 결정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기업에도 미국 정부의 결정이 이미 통보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결정은 통보 즉시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7일 미국 기술을 사용한 특정 수준 이상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는 수출통제안을 발표했다. 당시 중국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은 1년간 포괄적 수출허가라는 예외조치를 받았다. 정부는 이달 임시 조치의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추가 연장을 위해 미국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
최 수석은 수출통제 적용을 무기한 유예한 이번 결정에 대해 "우리 반도체 기업의 최대 통상 현안이 일단락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공장 운영과 투자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고, 장기적 시계에서 차분하게 글로벌 경영 전략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결정 배경에 대해선 "윤석열 정부 들어 굳건해진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대응한 결과"라며 "우리 기업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감대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최 수석은 지난해 8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후 보조금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 한국 친환경차에 대해서도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10.9%까지 증가해 업계 2위를 달성했다"며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직접투자 동향에 대해서도 "1~9월 지난해 동기 대비 11.3% 증가한 239억5,000만 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특히 첨단산업 분야 그린필드 투자가 다수 유입돼 국내 산업 공급망 강화는 물론 신규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경제 불안 요인에 대해선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요금 인상 등 민생 부담과 관련해선 "서민들의 부담, 해당 기업 건전성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균형 있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