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고, 아무튼 가짜뉴스인 걸로

입력
2023.10.10 04:30
26면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그가 운영한 온라인 매체 위키트리가 트래픽과 매출만 강조해 자극적 기사를 쏟아냈다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지적에 "모든 언론사가 트래픽 경쟁을 한다"며 그게 언론 현실이라고 답했다. 며칠 전만 해도 '가짜뉴스'에 맞선다던 후보자의 발언으론 실망스러운 '실토'였지만, 그게 현실이란 말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

인터넷에선 언론사뿐 아니라 모두가 트래픽 경쟁을 하고 관심을 얻고자 한다. 익명 커뮤니티의 게시글에서 카카오톡·텔레그램 등 메신저 앱으로, 페이스북·X(옛 트위터)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다시 유튜브·틱톡의 짧고 긴 영상으로 떠도는 확인된 바 없는 '정보'들은 개개인이 매체가 돼 사람들의 한정된 관심을 놓고 다투는 '웹 2.0' 시대에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물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가짜뉴스를 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여론 조작과 왜곡을 막겠다며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밝혔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선 허위정보를 유포한 매체에 '원스트라이크 아웃'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행동은 눈에 보이고 통제 가능한 매체나 그 매체의 기사를 전달하는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와 플랫폼을 정조준하고 있을 뿐, 정말 '가짜뉴스'가 어떻게 번지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물론 포털이나 플랫폼의 잘못이 없다고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사실 그 잘못은 적극적으로 뭘 해서라기보다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정보기술(IT) 산업 종사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매개자 멘털리티'는, 자신들은 상호작용을 증폭시킬 뿐 메시지 자체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포털이 논란을 '방조'하는 측면이 없었다고 하긴 어렵다. 논란은 곧 트래픽이고, 트래픽은 광고를 유효하게 전달했다는 증명이자 연결된 유료 서비스 생태계의 힘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관'만 비판하기에는 이미 우리 사회의 소통 구조가 포털과 SNS에 지나치게 몰입돼 있다. 흔히들 '소통의 장'이라 말하는 SNS나 커뮤니티 기능조차 결국엔 그 자체로 훌륭한 '논란 유발자'이자 '트래픽 유발자'다.

한국의 정치인들이야말로 포털 입장에선 가장 훌륭한 콘텐츠다. 자기 SNS에서 근거 없는 주장을 펴고, 나중에 논란이 되면 앞뒤를 잘라먹었다며 발뺌하거나, '가짜뉴스'라고 우기거나, 결국 사과한다. 포털에서 늘 인기 상위권을 차지하고 댓글도 잘 달리며 잘나가는 기사들은 바로 이런 정치인의 이상한 주장을 다룬 것이다. 이용자들은 그런 기사엔 합심해서 비웃는 댓글을 수천 개씩 달아 놓는다. 왜 정치인들이 포털을 싫어하는지 이해가 가긴 한다.

'가짜뉴스'를 막아야겠다는 정치권의 논의를 오래도록 봐 왔지만 제대로 된 해법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여러 언론과 제휴해 네이버를 통해 제공되던 'SNU팩트체크센터'의 팩트체크는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팩트체크를 했다는 이유로 '좌편향'이란 비난을 받고 사실상 지원이 중단됐다. 그나마 있는 자생적인 노력마저 마음에 안 든다고 망가트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혹시 그들이 원한 포털은 애국주의의 온상이 된 옆 나라 포털 같은 "다른 말이 없는" 포털이 아닌지 의심도 든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