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로 이틀 만에 1,000명 넘게 숨진 가운데, 현지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교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위험 지역에 있던 교민들은 현재 예루살렘으로 대피해 정보를 공유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예루살렘에서 15년간 거주하고 있는 장상엽씨는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예루살렘은 현재까지 문제가 없고 한인 문제에 대한 특별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루살렘과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이 모인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공습 직후인 7일 오전 내내 채팅방에 불이 나도록 상황 설명이 들어왔다"며 "대사관 영사과 중심으로 채팅방을 새로 개설해 상황을 계속 공유중"이라고 했다.
공습이 일어난 가자지구와 가장 가까운 지역인 아슈켈론에 거주하는 교민 A씨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피 요청에 따라 차로 1시간 여 떨어진 예루살렘으로 대피한 상태"라고 밝혔다. A씨는 "7일 오전 6시 이후부터 공습이 시작돼 2시간30분~3시간 가량 지속됐다"며 "평소와 다르게 단시간 안에 로켓 수가 많았고, 심각한 상황이라는 뉴스를 보고 소강 시점에 떠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슈켈론은 무력 충돌이 심심찮게 일어나던 곳이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고 교민은 전했다. A씨는 "(이전에도) 1년에 한, 두 차례 정도 충돌이 있었다"면서도 "예전과 달리 단시간에 로켓 수가 많았고 거주 지역으로 로켓이 많이 날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엔 가자지구 철조망이 뚫려 테러리스트들이 땅을 통해 실제로 들어왔다"며 "지중해 해안 쪽에선 선박·보트 공격이 있어 피해가 컸다"고 덧붙였다.
대피 과정도 긴박함의 연속이었다. A씨는 "전국적으로 로켓을 쏘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 로켓이 떨어진다는 걸 알리는) 사이렌 소리에 맞춰 차량을 갓길에 세우고 내려 큰 나무 근처에 잠깐 피했다가 떠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모든 도로의 신호등, 사거리마다 장갑차와 군인이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었고 검문을 계속 했다"며 "로켓이 바로 옆에 떨어져 연기가 나는 곳도 있어 심리적으로 대피 과정이 상당히 길게 느껴졌다"고도 말했다.
현지에선 상황이 금세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A씨는 "2년 전에도 하마스에서 열흘간 전쟁처럼 로켓을 6,000발 쏜 적이 있지만 이스라엘 사망자는 한 자릿수였다"며 "이번에는 이미 사망자가 700명이 넘는데다 봉쇄된 지역을 뚫고 이스라엘 영토를 침범해 많은 이들을 납치한 데 대해 거주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현재 성지순례 등으로 이스라엘에 단기 체류 중인 관광객은 360여 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교민, 주재원 등 장기 체류 국민은 570여 명이다. 외교부는 "아직까지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에 따른 우리 국민의 피해가 공관에 접수되거나 파악된 바는 없다"며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국민들은 가능한 빨리 제3국으로 출국하기를 권유하며 신규 입국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