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전국에서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일명 갭투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용산구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의 규제 완화로 투자 수요가 가장 몰리는 서울에서도 갭투자가 더 수월해진 만큼 정부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임대보증금 승계 현황(2018년 1월~2023년 8월)'을 분석한 결과, 서울 용산구의 갭투자 비율이 56.1%로 전국 1위였다.
현재 갭투자 규모를 정확히 보여주는 국가 통계는 없다. 다만 집을 살 때 제출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규제지역 모든 거래·비규제지역 6억 원 이상)에 나오는 임대보증금 승계 통계를 보고 갭투자 규모를 추산한다. 기존 세입자 전세금을 승계한 거래를 갭투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최근 5년 동안 서울에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 주택거래는 총 60만5,734건이었고 이 중 23만1,759건(38.3%)이 갭투자였다. 전국 평균(27%)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시·도 가운데 갭투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국 시·군·구 단위로 세분화하면 서울 용산구가 1위다. 자금조달계획서가 제출된 주택 거래 1만5,486건 중 절반이 넘는 8,676건이 갭투자였다. 매매 거래 2건 중 1건이 기존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했다는 뜻이다.
자금 출처 조사를 시작한 2017년만 해도 서울 강남구(72%)가 갭투자 1위 지역이었지만, 현재는 37.4%로 서울 평균보다 낮다. 대통령실 이전 등 굵직한 개발 호재가 많은 서울 용산으로 갭투자자들이 대거 옮겨온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 건설사 고위 임원은 "2018년 박원순 서울 시장 주도로 용산개발 계획이 발표된 데 이어 대규모 공원 조성, 대통령실 이전 등으로 용산은 최고 투자처로 부상했다"며 "낡은 빌라촌은 이미 갭투자자들이 쓸고 갔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밖에 서울에선 전세사기의 근원지로 꼽히는 서울 강서구(43.8%)를 비롯해 성동·양천구(43.6%), 송파구(43.2%), 마포구(42.4%) 등이 갭투자가 두드러졌다. 다만 올해 들어 주택 경기 침체로 주택 거래 자체가 줄면서 갭투자도 주춤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전국 갭투자 비율은 25% 수준이었지만, 올해(1~8월)는 16%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갭투자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긴 어렵다. 정부가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전부 규제지역에서 해제한 여파로 갭투자 여건은 더 좋아진 탓이다. 과거엔 규제지역 아파트를 사면 반드시 2년 거주해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았지만, 지금은 비규제지역이 된 서울 아파트를 사면 직접 거주하지 않고 전·월세를 내줬다가 2년 뒤 집을 팔아도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김 의원은 "최근 서울 중심으로 집값이 심상찮은 만큼 정부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