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다니는 이주아동 58%뿐… 보육료 지원 지자체는 27% 불과

입력
2023.10.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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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지적에도 이주아동 '보육 차별' 여전
4개 시도만 지원 조례·보육료 지급 모두 시행
지원액도 51만원 대 10만원으로 천차만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이주아동(국내 거주 외국인 아동)에 대한 보육 차별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외국인 아동에게 보육료를 지원하는 곳은 27%뿐이고, 법무부에 등록된 이주아동 중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은 58%에 그쳤다. 미등록 아동까지 포함할 경우 상당수가 보육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8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외국인 영유아 보육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기준 전국 어린이집 재원 외국인 영유아(0~5세)는 1만8,375명으로 법무부에 등록된 영유아 이주아동(3만1,722명)의 58%에 그쳤다.

이는 합법적으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영유아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불법 체류 외국인 자녀 등 미등록 영유아까지 포함할 경우 이주아동의 어린이집 재원율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주 의원실 관계자는 "이주아동 전모를 알 수 있는 정부 차원의 공식 통계가 없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주아동은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이주했거나 외국인 부모가 한국에서 낳아 한국 국적 없이 국내에서 거주하는 아동을 뜻한다.

서울 기초단체 25곳 중 보육료는 5곳만 지급

이주아동 상당수가 보육 사각지대에 놓인 건 외국인 부모 상당수가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고 국내 보육 제도를 잘 알지 못하는 데도 이런 현실을 감안한 보육 지원책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2017년 경기도 외국인인권지원센터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에 아동을 맡기지 않는 부모의 68%가 "보육료 부담 때문에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전국 기초지자체 229곳 중 이주아동에게 보육료를 지원하는 지자체는 27%인 62곳에 불과했다. 외국인 아동 보육료 지원 근거를 조례로 정한 곳도 38%인 86곳에 불과한데, 실제 지원금을 지급하는 지자체는 이보다 적은 셈이다.

부산 대전 울산 제주는 총 28개 기초단체 가운데 보육료 지원 조례를 제정했거나 보육료를 지원하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세종은 조례는 마련했지만 보육료를 지원하지 않았고, 강원 역시 18개 기초단체 중 2곳이 조례를 지정했지만 실제 지급하는 곳은 없었다. 서울은 25곳 중 7곳만 조례를 제정했고 이 중 5곳이 보육료를 지급했다. 모든 기초단체가 조례를 제정하고 보육료를 지원하는 광역단체는 인천 광주 경기 경남 4곳뿐이었다.

지원 금액은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이었다. 0~2세 영아의 경우 대구 달성군은 37만5,000~51만4,000원을 지원하는 데 비해, 서울 강북·구로·영등포·동작구는 7만5,000~10만2,800원으로 한참 적었다. 3~5세 유아 역시 최대 금액 기준으로 9만2,520원(서울 강북·구로·영등포·동작구)에서 48만3,700원(충남 홍성·천안·아산)까지 편차가 컸다. 지원 대상도 차이가 있어서 서울 관악구는 영아만, 인천 광주 등 일부 지자체는 유아만 지원했다.

앞서 인권위는 이주아동에 대해 보육정책을 차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2019년 5월과 올해 7월에 "이주아동을 포함한 모든 영유아가 돌봄을 보장받게 제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외국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외국인 아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모든 아동이 안정적인 보육 기회를 누리도록 보육료 지원 확대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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