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전국 의대생의 56.5%은 '고소득층'이었고, 의대 졸업생의 45.9%는 서울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과학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진학한 중학생의 42.3%가 서울 출신이고 이 중 절반 가까이는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학군지' 출신이었다. 8일까지 공개된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난 사실들로, 서울의 고소득층이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 재생산과 직결되는 교육 환경을 전유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전국 39개 의대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재학생 중 절반 이상은 가구소득이 상위 20%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으로 추정된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가장학금 신청 현황에 따르면, 이들 대학에서 올해 1학기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 가운데 55.19%는 고소득층으로 분류돼 탈락했다. 전국 모든 대학의 국가장학금 신청 학생 가운데 고소득층 비율이 25.33%인 점과 뚜렷이 구별된다.
국가장학금은 부모의 근로·사업·연금소득과 보유 재산에 기초한 소득환산액을 더한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전체 소득 분위(1~10구간) 가운데 최상위층인 9·10구간에 속하는 학생은 지원하지 않는다. 올해 1학기 기준 소득 9·10구간은 월 소득 1,080만 원 이상인데, 이런 고소득 가구에 속한 학생이 국가장학금 신청자의 절반을 넘은 것이다. 자신이 9·10구간에 들 것이 확실해서 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학생까지 감안하면 이들 대학 재학생 가운데 고소득층 비율은 55.19%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39개 의대생 7,347명 중 소득 9·10구간에 해당하는 학생은 4,154명(56.54%)이었다. 서울대의 장학금 신청자 8,922명 중에는 5,063명(56.74%)이 고소득층이었다. 고려대는 58.60%였고, 연세대(48.26%)는 이보다 10%포인트 낮긴 했지만 그래도 절반가량이 고소득층이었다.
한편 의대생 10명 중 7명은 비(非)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에 다니지만, 의대 졸업생의 절반 가까이는 서울에서 일자리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의대 졸업생 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 의대를 졸업한 학생의 45.9%는 서울에 취업했다. 인천, 경기까지 포함한 수도권 취업 비율은 57.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의대 졸업생 가운데 수도권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은 31.8%,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은 29.1%로 집계됐다.
특목고, 영재학교, 자사고 등 이른바 '수월성 교육'을 표방하는 고등학교에도 서울, 그중에서도 교육열이 높고 고소득층이 많은 지역 출신이 대거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에 진학한 중학생의 42.3%는 서울 출신이었고, 19.7%는 입시학원가가 발달한 강남·서초·송파·양천·노원구 출신이었다. 특목고·자사고 입학생 5명 중 1명이 이른바 '학군지' 출신인 셈이다.
영재학교도 상황이 비슷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교육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8개 영재학교의 2024학년도 합격자 820명 중 68.5%인 564명이 수도권 출신이었다. 8개 영재학교와 20개 과학고에서 2022~2023학년도에 의약학계열 대학으로 진학한 이들은 83명이었는데, 이 중 수도권 출신은 59명에 달했다.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해 세워진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학생의 의약학계열 대학 진학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장학금 반납 등의 벌칙을 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