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연간 가축분뇨 발생량은 2018년 기준 7,620만 톤으로, 같은 기간 한국(5,260만 톤)보다 많았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처리율 100%였다. 발생한 모든 분뇨를 재활용했다는 의미다. 같은 해 한국은 단순 폐기도 제때 못한 미처리 가축분뇨가 14만1,620톤이었다. 2021년에도 2만805톤이 처리되지 못했다. 주)1
네덜란드는1987년부터 비료법을 통해 축산분뇨를 관리했다. 현재 발생량 대부분은 농가가 자체적으로 재활용한다. 그리고 발생량의 32%는 다른 형태의 자원으로 재탄생하거나 해외로 수출된다. 가령 토양개선제나 유기질 비료로 만들면 악취는 물론 혐오감까지 사라진다. 그 뒤엔 순환농업 정책 기조에 따라 끊임없이 공정 혁신을 추구해온 민간기업들이 있다.
네덜란드 북쪽 작은 도시 헤이르휘호바르트에 자리한 기술기업 마비텍(Mavitec)은 2002년 창업 때부터 순환농업에 기여하기 시작했다. 도축한 닭의 부산물을 버리지 않고 사료로 재활용하는 공정을 개발해 시장에서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회사 정문에는 사람만한 닭 동상이 세워져 있다.
마비텍이 가축분뇨 활용 기술에 주목한 것은 2013년께부터다. 회사를 세운 마코 판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30일(현지시간) "닭 부산물 처리 시설에 들어가는 운영비 절반이 연료비라는 고객들의 의견을 듣고 고민하다 생각해낸 것이 가축분뇨를 활용한 에너지 생산 시스템이었다"고 했다. 2015년 선보인 이 시스템은 가축분뇨를 냄새 없는 수증기(열에너지)와 '바이오차'(biochar, 유기물 기반의 숯)로 바꾼다.
우선 분뇨를 건조해 수분 함량을 25% 이하로 낮춘다. 이후 섭씨 800도 이상의 고온과 저산소 환경에 투입해 바이오차로 탄화한다. 고온 상태를 정밀하게 유지하면 가축분뇨에 들어 있는 질소가 증발한다. 일반적으로 폐기물 소각 과정에선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생성되는데, 마비텍의 시스템은 다이옥신 발생 온도(250~400도)를 훨씬 뛰어넘기 때문에 아예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체 생산한 열에너지를 연료로 쓰니까 고정 비용은 장비를 최초로 돌릴 때 드는 가스비가 전부다. 최종 생산된 바이오차에선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바이오차는 식물이 더 잘 자라게 하는 토양개선제로 쓰인다.
마침 네덜란드 정부는 2014년 분뇨 재자원화 공정 설치를 의무화했다. 마비텍의 시스템은 네덜란드뿐 아니라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진출했다. 판휴먼 CEO는 "사우디 최대 농업기업 '하일(HAIL)'의 경우 가축분뇨로 바이오차를 만드는 우리 기술이 세계 유일임을 인정하고 우리와 계약을 맺었다”며 “최근엔 한국의 경기 포천시와 시설투자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가축분뇨로 유기질 비료를 대량생산하는 기업도 있다. 지난달 5일 찾은 암스테르담 북동쪽 약 80km의 작은 마을 드론텐에 있는 코메코(Komeco)는 연간 약 9만1,000톤의 분뇨를 투입해 유기질 비료 6만2,400톤을 만든다. 가축분뇨는 주변 농가에서 무료로 조달받는다.
직원이 11명 뿐인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약 700만 유로(약 100억 원)다. 1인당 약 63만 유로(9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코메코의 아리 판더위거트 커머셜 디렉터는 “거의 모든 작업이 자동화해 있어서 트럭 운송을 빼면 사람 손이 많이 안 간다”고 했다.
이 회사 비료 제조 공정의 핵심은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다. 미생물들이 분뇨에 섞인 암모니아 분자와 결합해 독성이 있는 질소를 친환경 질소로 바꾼다. 분뇨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작물에 사용할 수 있다. 네덜란드 시장 절반을 점유 중인 이 회사 비료는 우리나라에도 들어온다. 판더위거트 디렉터는 “연간 350톤 정도를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랙티브] 전국 악취 지도 '우리동네 악취, 괜찮을까?'
※ 한국일보는 2018년 1월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전국 모든 기초지자체 및 세종시가 접수한 악취의심지역 민원 12만 6,689건과, 이 민원에 대응해 냄새의 정도를 공식적으로 실측한 데이터 3만 3,125건을 집계해 분석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내가 사는 곳의 쾌적함을 얼마나 책임지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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