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갑자기 ‘콩닥콩닥’… 심방세동, 뇌졸중 위험 5배 높아져

입력
2023.10.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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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심장이 분당 600회 뛰는 심방세동, 일교차 심할 때 많이 발생

심장은 분당 60~100회 뛰는데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거나(빈맥), 늦어지거나(서맥), 불규칙해지는 것은 부정맥(不整脈·arrhythmia)이라고 한다. 전 인구의 2% 정도(100만 명)에게서 부정맥이 나타난다. 조만간 고혈압·당뇨병처럼 ‘국민 질환’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지만 인지도가 낮아 제대로 치료받지 않은 환자가 많다.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心房細動ㆍatrial fibrillation)’은 심장박동이 느닷없이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는 심혈관 질환이다. 심방세동 자체는 돌연사를 유발하지 않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혈전으로 뇌혈관을 막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ㆍ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이동재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일교차가 심해지면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며 “갑자기 숨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이런 증상이 생겼다가 사라진다면 심방세동 같은 부정맥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심장이 분당 600회 정도 ‘바르르’ 떨어

심장은 규칙적으로 온몸에 피를 순환해 주는 펌프다. 심장 위 부분(위대정맥과 우심방 접합부)에 있는 심방(心房)의 ‘동결절(洞結節·sinoatrial node)’이라는 곳에서 전기가 만들어져 아랫집인 심실(心室)을 규칙적으로 수축시킨다.

그런데 동결절이 아닌 심방의 다른 부위에서 마치 불꽃놀이하듯 후루룩 전기가 튀면서 심방이 가늘게 떨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심실도 영향을 받아 혈액이 힘차게 방출되지 못한다. 이 같은 현상이 ‘심방세동’이다.

심방세동은 심방 안에서 불규칙한 전기 신호가 분당 600회가량의 빠르기로 발생해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미세하게 떨리는 상태를 말한다. 특히 심방세동은 뇌졸중·심부전 발병 위험이 높은 심각한 질환이다.

최형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는 팔다리 마비·인지 기능 저하 등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5배 정도 높다”고 했다.

심방세동 증상은 심장이 콩닥콩닥 두근거리거나, 불규칙하게 뛰기에 불안한 느낌이 든다. 일부 환자는 아예 증상이 없기도 하다.

진은선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어떤 환자는 심방세동인지 모르고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다가 오는 사례도 있다. 심장박출량이 줄어들다 보니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찬 느낌, 무력감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했다.

◇심방세동 환자 30%에게서 뇌졸중 생겨

심방세동이 발생해도 당장 심실(心室) 박동이 멈춰 돌연사하는 것은 아니다. 위 부분(심방)이 떨게 되면 아래 부분(심실)도 일시적으로 불규칙하게 뛰지만 돌연사를 일으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심방세동이 돌연사를 일으키는 질환은 아니지만 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심방이 파르르 떨면 안에 있던 혈액이 심실로 내려가지 못해 고여 혈전이 생긴다.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뇌혈관을 막으면서 뇌경색이 발생한다. 심방세동 환자의 30%가 평생 한 번 이상 뇌졸중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은선 교수는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히면서 시시각각 뇌세포가 죽기에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거나 평생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에 심방세동을 조기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심방세동 진단은 심전도 검사로 이뤄지는데, 하루 종일 증상이 지속되는 지속성 심방세동이라면 이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가끔씩 나타나는 발작성 심방세동이라면 72시간에서 1주일 이상 검사가 가능한 홀터 검사로 진단한다.

1년에 몇 번씩만 증상이 생길 정도로 증상이 뜸하다면 평소 들고 다니다가 부정맥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간이 심전도 기기를 이용한다. 이 밖에 심장 부위 피부에 작은 칩을 넣어두고 기록하는 삽입형 심전도 기록 장치도 있어 3년까지 기록할 수도 있다.

◇초기에는 약물로 증상 조절 가능

심방세동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항응고 치료다. 당뇨병ㆍ고혈압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지, 나이ㆍ뇌경색 전력 등을 참고해 점수를 매기고, 기준을 넘어 혈전이 생길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약을 처방한다.

다른 하나는 심방세동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다. 심방세동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발작성이라면 비교적 초기이기에 약으로 정상 리듬을 유지해주는 치료를 시행한다.

약으로도 심방세동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고주파로 해당 부위를 지져주는 ‘고주파 전극 도자 절제술’이나 ‘냉동 풍선 시술’을 시행한다. 고주파 도자 절제술은 다리 정맥 부위를 부분마취한 뒤 관을 삽입해 심장까지 밀어 넣어 시술하는 방식이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아 부담이 적고, 통증·위험성도 높지 않다.

심방세동 등 부정맥 발병 원인은 담배ㆍ술ㆍ카페인을 즐겨 섭취하거나 불규칙한 수면 습관, 극심한 스트레스 등이 지적된다. 20, 30대 젊은이도 술을 과음(매주 28잔 이상 음주)하면 심방세동에 걸릴 위험이 47% 정도 높아진다. 최의근ㆍ이소령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20~39세 153만7,836명을 대상으로 누적 음주량과 심방세동 위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다.

[부정맥 진단과 예방 수칙] <대한부정맥학회 제공>

1.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면 손목 동맥을 만져서 고르게 뛰는지 확인한다.

2. 중년 이상이거나 고혈압 환자, 가족 중 돌연사한 사람이 있으면 1년에 한 번 정도 심전도 검사한다.

3. 술과 카페인 음료를 삼가고 스트레스를 피한다.

4.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비만 등 기저 질환을 잘 관리한다.

5.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6. 건전한 성생활을 유지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