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풍성한 먹거리가 식탁 위에 오르길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딱 한 가지 음식만 꼽아야 한다면 주저 없이 '버섯'을 택하겠다.
세상에는 무려 2만 종의 버섯이 존재하며 식용버섯은 1,800여 종에 달한다. 버섯의 뛰어난 영양 효능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채식을 할 경우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B 복합체와 칼슘 흡수를 촉진하는 프로비타민D를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러한 효능 덕분에 채식을 기본으로 하는 불교 음식에서도 예로부터 버섯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였다. 게다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버섯 특유의 향과 식감은 조리 방법이나 식재료에 따라 얼마든지 자취를 감출 수 있으니, 이처럼 모나지 않은 음식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어떤 요리에서든 본연의 향과 맛을 숨기지 못해 존재감을 발산하는 버섯이 있다. 바로 '표고버섯'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나라 문헌에서 표고버섯이 처음 기록된 것은 가장 오래된 의약서인 '향약구급방'에서다. 또한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서 '마고(蘑菇)'라 표기되어 표고버섯이 등장한다. 이후 조선시대에 버섯의 종류, 특징, 약용법 등을 기록한 책이 여럿 간행된 점을 보아 과거에는 버섯이 약용음식으로서 귀한 대접을 받아 왔음을 유추할 수 있다. 특히 표고버섯은 예로부터 불로장생의 묘약으로 여겨지며, 중국에서도 기력 보강 음식으로 취급되었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가장 값비싼 버섯은 송이버섯이지만,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송이버섯이 없었기에 표고버섯을 으뜸으로 쳐왔다.
그렇다면 표고버섯을 어떻게 조리해 먹으면 좋을까? 표고버섯을 햇빛에 건조하면 에르고스테롤 성분이 비타민D로 전환되며 몇 배나 영양이 높아진다. 또한 대부분의 말린 음식들이 기존의 맛과 향이 응축되는 것처럼, 말린 표고버섯 역시 독특한 감칠맛과 향이 더욱 진해진다. 꼬들꼬들해지는 식감은 덤이다. 게다가 생물인 상태와 달리 저장성까지 좋아지니 가을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이 계절에 표고버섯을 말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말린 표고버섯으로 만드는 근사한 요리를 소개한다. 집에서도 쉽게 만드는 중국식 '표고버섯 수프'이다. 요리 포인트는 말린 표고버섯 우려낸 물을 육수로 사용하여 깊은 맛을 내는 것이다. 이때 설탕을 조금 첨가하면 더 빨리 불릴 수 있고 감칠맛 성분도 덜 빠져나간다.
말린 표고버섯 2개 기준의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냄비에 육수 600ml, 간장 반 큰술, 굴소스 반 큰술, 슬라이스로 썬 양파 4분의 1개와 표고버섯을 넣고 끓인다. 게살(잘게 찢은 게맛살로 대체 가능)과 목이버섯을 넣는다. 녹말과 물을 같은 양으로 푼 녹말물을 넣어 수프가 걸쭉해질 때까지 섞는다. 마지막으로 계란물을 넣고 30초 끓인 뒤에 불을 끈다. 주의할 점은 계란물을 넣고 대충 휘저어야 색이 뚜렷하고 수프가 탁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