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저렴한 한국 전기요금이 사실상 철강업계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라며 국내 철강 기업에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정부가 전기료를 정부 보조금으로 판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9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수출하는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최종 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직간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한 품목이 수입국 산업에 피해를 줄 경우 수입 당국이 해당 품목에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과 관련한 상계관세 0.5%인데 그 외에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수출 관련 금융지원 등을 더해 1.1%가 부과됐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2월 국내 철강 업체들이 생산한 후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내용의 예비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부와 업계는 이를 뒤집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미국 정부는 2020년 현대제철이 수출하는 도금 강판에 상계관세를 물려야 한다고 예비판정했지만 최종 판정에서는 무산됐다. 3년 만에 한국의 전기요금이 철강업계에 대한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입장을 바꾼 셈이다. 이는 다른 국가에 비해 전기요금 인상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던 결과로 해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메가와트시(MWh)당 95.6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5.5달러)보다 적다. 영국(187.9달러), 독일(185.9달러) 등 유럽 주요국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킬로와트시(kWh)당 전력도매가격(SMP)이 2021년 94.34원에서 지난해 196.65원으로 100원 넘게 급등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이후 지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49.6원 올리는 데 그쳤다.
산업부 관계자는 "판정 결과에 불복하면 미국 국제무역법원에 제소하고 필요하면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다"며 "철강회사들과 협의하며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