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맏형 박세웅(28·롯데)이 위기에 빠진 한국 야구를 구했다. 숙명의 한일전에 선발 중책을 맡아 6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일본에 강한 모습을 이어갔다.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에서도 2사 만루 위기에 나가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새로운 ‘일본 킬러’로 떠올랐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5일 중국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을 2-0으로 꺾었다. 이로써 빨간불이 켜졌던 한국 야구의 결승행 신호는 파란불로 바뀌었다.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져 1패를 안고 조 2위로 슈퍼라운드에 오른 대표팀은 1승 1패를 기록했고, 실업 야구 격인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팀을 꾸린 일본은 2패가 됐다. 6일 오후 1시 중국전을 승리한다면 결승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표팀 타선은 도요타 자동차 생산관리부 소속의 일본 강속구 투수 가요 슈이치로에게 꽁꽁 묶여 고전했다. 타선이 터지지 않아 불안감이 감돌았지만 박세웅이 마운드에서 든든하게 버텨줬다. 박세웅은 1회초에 볼넷과 안타로 1사 1·3루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를 1루수 파울 플라이, 삼진으로 각각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2, 3회초를 삼자범퇴로 막은 박세웅은 4회초외 5회초에 선두 타자를 내보내고도 나머지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6회초에도 삼자범퇴로 끝냈다.
박세웅이 임무를 다한 뒤에는 타선이 응답했다. 6회말 선두타자 김혜성(키움)이 중전 안타를 치고 상대 중견수의 포구 실책에 2루까지 내달렸다. 최지훈(SSG)의 보내기 번트로 1사 3루를 만든 다음 3번 윤동희(롯데)는 볼넷으로 출루했다. 그리고 이어진 1사 1·3루에서 4번 노시환(한화)이 외야 희생 플라이를 쳐 선제점을 뽑았다.
1-0 리드를 잡은 대표팀은 7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7회초에 좌완 최지민(KIA), 8회초에 우완 박영현(KT)이 실점 없이 막았다. 8회말에는 노시환이 1타점 적시타를 날려 승기를 굳혔고,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은 1사 1·3루 위기를 병살타로 넘기고 경기를 끝냈다.
박세웅은 경기 후 “(나)균안이랑 룸메이트인데 우스갯소리로 ‘WBC 때도 그렇고 왜 나는 중요한 상황에만 나가냐’라고 말했었다”면서도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라고 뽑아준 거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제 몫을 했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도 “선발 박세웅이 6회까지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이날 호투로 2일 대만전 아픔도 씻어냈다. 박세웅은 대만전 당시 5회에 등판해 0.2이닝 동안 안타 1개와 4사구 2개를 주고 2사 만루에서 강판했다. 그는 “나 자신에게 실망했던 부분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금메달 욕심을 숨기지 않은 박세웅은 7일 결승전 등판도 대기한다. 그는 “고등학교 때 등판 다음 날 바로 던진 적도 있었기 때문에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상황에 맞게 투구에 임하겠다”며 “더그아웃에서는 어린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선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