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선수 관리 역시 필수 덕목으로 꼽힌다. 축구에서 더블헤더가 잡히거나, 야구에서 선발투수 연투가 벌어지지 않는 것은 선수 보호 차원일 것이다. 그렇다면 마인드스포츠라 볼 수 있는 바둑에선 어떨까. 2000년대 초반 이창호 9단은 평균적으로 연간 70~90판 정도의 대국을 소화했다. 해당 연대에 거둔 최다승 기록은 2007년 목진석 9단이 세운 122전 93승이다. 반면 올해 신진서 9단은 10월 초까지 100판이 넘는 대국 수를 기록했다. 아직 한 분기가 더 남았으니 약 130판의 대국이 예상된다. 작년 기준 최다 대국 기사는 김은지 6단이다. 공식 기전만 174판을 두어 118승을 거뒀다. 자의로 프로기사협회 리그전을 참가해 세워진 수치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괜찮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타 종목 선수들이 신체 부상을 염려하듯 바둑 역시 번아웃(Burn out) 같은 위험 요소를 챙겨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백1, 3은 백의 입장에선 당연한 수순. 그러나 김은지 6단은 준비되어 있었다는 듯 흑4, 6으로 중앙을 밀어간다. 이어서 흑10에 한 번 더 밀어 간 후 흑16의 장문. 극 초반 정석 진행부터 준비됐던 흑의 노림이었다. 5도 백1에 붙여 패 형태를 만드는 것이 부분적인 최선이나 흑12로 패를 따낼 때 팻감이 부족하다. 신민준 9단은 실전 백17, 21의 활용을 선택했지만 이것 역시 판단 착오. 6도 백1, 3으로 우하귀에 팻감 공작을 하며 이득을 얻어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백7까지 흑이 약간 우세하나 갈 길이 먼 형세. 실전 흑26에 두 칸 벌리자 흑의 우세가 선명해졌다.
정두호 프로 4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