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이 포털사이트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 남자 축구 응원페이지 조작 의혹과 관련해 "본질은 여론의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의 포털사이트 길들이기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요즘에 그런 말이 통하냐"라며 부인했다.
윤 대변인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중국 응원 댓글 사건처럼) 여론을 호도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방비 상태의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테러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까지 규탄하는 이유는 우리가 2017년 대선 때의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를 아직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은 지난 1일 아시안게임 한중 남자 축구전 당시 다음의 응원페이지에서 중국팀을 응원하는 클릭 비율이 93%에 달하면서 시작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 운영사인 카카오가 제출한 점검 결과를 통해 해외망을 우회해 접속했거나, 컴퓨터가 같은 작업을 자동 반복하는 매크로 방식이 쓰였다고 판단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응원 클릭의 약 50%는 네덜란드, 약 30%는 일본을 경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다음 접속 차단 국가이다.
정부·여당은 포털의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국무총리실은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국민의힘은 '제2의 드루킹 사태'로 규정하며 반국가세력에 의한 여론 조작 가능성까지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정부와 여당의 대응이 과하다고 지적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전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과도한 정치 수사라고 생각한다"며 "일반 유저들이 봤을 때는 (한중 축구 응원페이지) 링크가 중국 사이트 등에 퍼졌다고 여길 뿐"이라며 "국민의힘 머릿속에는 '일베' 사이트식 음모론이 심어져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함께 출연한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역시 "조작 움직임이 있었던 걸 이상하게 여기는 것과 포털이 중국이나 북한 세력에 잠식당했다고 보는 건 차원이 다른 음모론"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포털 길들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에 대해 윤 대변인은 "포털이 짐승도 아니고 뭘 길들이냐"며 "요즘 그런 압력이 통하지도 않는다는 걸 (야당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이 상황을 여야의 대립 구도로 몰고 가려는 거라고 본다"며 "오히려 여야가 협력해 여론 조작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변인은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느냐,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의도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며 "누가 클릭수를 늘렸는지 확인하는 건 수사의 영역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