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외유성 해외 출장을 보내고, 출장 직원들이 타 기관의 보고서를 표절하는 사태를 방치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승강기안전공단은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미흡)등급을 받은 곳인데, 그럼에도 직원 출장의 사전·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승강기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출장 내역에 따르면, 공단은 코로나 팬데믹이 잦아든 지난해 6월 이후 모두 14회의 '공무 국외출장'을 실시했다.
14건의 출장 내용을 보면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태지역 승강기협의회 세미나(지난해 10월) △베트남 호찌민 승강기엑스포(11월) △중국 상하이 승강기엑스포(올해 7월·2건) 출장 등 4건을 제외하면 승강기안전공단 본연의 업무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승강기 및 위험기계기구의 안전 검사·인증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외유성 출장으로 보이는 대표적 사례가 1월 5~12일 실시된 선진노사 교육과정 국외연수다. 2명의 간부급 직원이 6박 8일간 헝가리, 체코, 오스트리아를 다녀온 출장이었다. 당시 일정표를 보면 5일 부다페스트 도착과 동시에 다뉴브강 야간 유람선 등의 문화탐방이 시작됐고, 프라하와 빈의 일정도 대부분 관광으로 채워졌다. 동유럽 도시 명소를 돌아보던 직원들은 도착 6일 차가 되어서야 기관 방문(빈의 노동회의소)을 했다.
이런 외유성 출장은 사후 보고서도 부실했다. 오타가 수두룩했고, 일부 보고서에서는 타 기관 제작 문서를 조사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갖다 쓴 흔적도 발견됐다.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역할과 노력 방안 도출’을 목적으로 6월 20일부터 9박 10일간 영국 런던과 윈저를 다녀온 출장이 대표적이다.
해당 출장 결과보고서에 나타난 ‘시사점’의 대부분은 지난해 한국은행 런던사무소가 생산한 동향분석 보고서를 글자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 정도면 해외를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쓸 수 있는 내용이고, 보고서에 첨부된 사진들은 '공무'라기보다 '관광'에 더 어울릴 정도의 것들이다. 외유성 출장이 아니냐는 지적에 승강기안전공단 관계자는 “공무출장이긴 하지만, 우수 직원을 격려하고 포상하는 개념의 출장이었다”며 “다른 기관들도 대부분 비슷하게 실시한다”고 해명했다.
이 문제를 지적한 임호선 의원은 “노사관계 교육 훈련에 포함된 국외 연수라고 하지만, 해외 관광식 국외 출장은 방만한 예산 지출의 전형”이라며 “국외 출장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지출 근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