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미리 보는 총선이나 마찬가지다.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민심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어서다. 여야 모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지지층을 실제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3일 소속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시·구의원들에게 '당대표 특별지침'을 내렸다. △담당지역별 선거운동 △강서구 연고자 찾기 활동 △우호적인 향우회 인사 명단 △오·만찬 실시사항을 매일 보고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저인망으로 표심을 훑는 셈이다. 전통시장, 상점가, 경로당, 공원 등 유세 포인트도 하달해 선거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김태우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는 권영세·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 대중 인지도가 높은 거물급 인사들이 즐비한 매머드급으로 꾸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 인사들이 총출동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단식 회복 중인 이재명 대표를 대신해 홍익표 원내대표가 선봉에 섰다. 4일에는 진교훈 후보 캠프에서 두 번째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힘을 실었다. 홍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전원을 총괄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해 선거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6, 7일 사전투표가 진행되는데, 이 대표는 5일 투표참여 독려 영상을 게시하며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 대표가 퇴원해 조만간 지원유세에 나서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처럼 여야 지도부 모두 사활을 걸고 달려드는 모양새다. 서울 25개 중 하나인 구청장 선거에 불과하지만, 내년 4월 총선에 앞서 마지막 선거인 데다 강서구는 동별로 지지정당 스펙트럼이 넓어 수도권의 유권자 지형과 유사하기 때문에 상징성이 크다. 선거에서 패한다면 국민의힘은 '수도권 위기론'에 시달리고, 민주당은 구속영장 기각으로 회생한 '이재명 리더십'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
관건은 '투표율'이다. 평일에 치러지고 상대적 관심도가 떨어지는 보궐선거 특성상 투표율은 30~40%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론 주목도가 높아 그보다 높을 전망이다. 결국 어느 쪽이 지지층을 결집하느냐에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지난 대선을 앞둔 마지막 대결로 관심이 쏠렸던 2021년 4·7 보궐선거 당시 서울 투표율은 58.2%로, 2022년 지방선거(53.2%)보다 오히려 높았다.
김태우 캠프의 이준우 상근기획선대본부장은 "평균 30%인 보선 투표율보다는 높게 나올 것 같다"며 "(민주당의) 정권 심판 프레임이 구민들에겐 와닿지 않아 중도층이 투표장에 많이 나온다면 우리가 유리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진교훈 캠프의 정춘생 공동선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 분노한 민심이 엄청나 분노 투표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낮게 잡아서 35% 정도로 보는데 많은 분들이 투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야당세가 강한 강서구 특성상 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예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0%대 투표율은 조직력 싸움이라 전직 구청장 출신이 나온 국민의힘도 해볼 만할 테지만 40~50% 가까이 나온다면 민주당이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유권자 지형이 60대 이상은 국민의힘, 40·50대는 민주당, 20·30대는 남녀로 갈려 정확히 반으로 갈려져 있다"며 "적극 투표 성향이 강한 60대를 중심으로 투표가 이뤄지면 김 후보가 선전할 수 있지만, 50%를 넘어서면 민주당이 낙승할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