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심장마비 연구는 남성에 치중돼 있었다. 실제로는 여성에게도 비슷한 빈도로 생긴다는 사실이 최근에야 밝혀졌다. 다른 건 빈도가 아니라 발현 양상이다. 대개 남성은 급성, 여성은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을 보인다."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리는 '성별 분석을 통한 과학 연구 우수성 향상'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막달레나 스키퍼 '네이처' 편집장은 심장마비 연구를 '세상의 절반'만 고려한 과학이 불완전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성별 특성을 연구에 반영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포럼 전날인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스키퍼 편집장은 "과학 연구의 다양성이 줄어들면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폭도 줄어든다"며 "서구권 남성 중심이었던 과학계에는 성별 특성과 같은 다양성을 반영한 연구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리뷰 제네틱스'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서 편집장을 역임한 유전학자인 그는 지난 2018년 네이처 창간 150년 만에 여성으로는 처음 네이처 본지의 편집장이 돼 주목받았다.
스키퍼 편집장이 이끄는 네이처는 지난해 5월 과학 연구에서 성별 보고 기준을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네이처에 논문을 투고하려는 연구자는 성별(sex, gender)이 연구에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를 제출해야 하고, 논문 제목과 초록에 해당 연구 결과가 어떤 성별에 적용되는지를 언급해야 한다.
과학자들이 성별 특성을 반영한 연구의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깨닫기 시작한 건 불과 10년쯤 전부터라고 한다. 네이처가 초기부터 변화를 주도해왔지만, 세계 과학계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라는 게 스키퍼 편집장의 생각이다. 그는 "남녀는 독성학적 특성이 다른데도 신약 임상시험에선 여성이 입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똑같이 안전벨트를 매도 여성이 더 크게 다친다는 연구가 있는데, 안전벨트를 설계할 때 사용된 인체 모형이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변화가 더딘 데는 과학계에 여성의 비중이 작은 영향도 있을 것이다. 스키퍼 편집장은 "연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 중 여성은 30% 수준"이라며 "많이 발전했지만 경력이 많을수록 남성 비율이 훨씬 높아진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과학계 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연구 생태계 속 모든 행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학술지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그는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