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웹 메일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때 국민 포털 자리에 있었던 '다음(DAUM)'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포털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 페이지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들어 온라인에서 여론 조작이 포털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어서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속내는 복잡해졌다. 다음 매출이 꾸준히 감소하고 주력 사업인 카카오톡과 시너지가 나오지 않으면서 다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5일 카카오에 따르면 포털 다음 광고 등을 포함한 '포털비즈' 매출은 2019년 5,236억 원, 2020년 4,780억 원, 2021년 4,925억 원, 2022년 4,241억 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1, 2분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매출 감소를 보였다. 2분기 기준 회사 전체에서 포털비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그친다.
이는 다음이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 구글 등 경쟁 서비스에 크게 밀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웹로그 분석 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2018년 7.09%, 2019년 5.81%, 2020년 6%, 2021년 5.46%, 2022년 4.83%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다음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한메일, 카페 등 서비스를 바탕으로 포털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왔지만 '지식인'을 내세운 네이버가 급성장하면서 존재감이 옅어졌다. 하지만 2014년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을 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회사 내부에서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다음이 시너지를 발휘해 네이버를 위협할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결과적으로 10년 가까이 두 회사는 이렇다 할 합병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카카오톡이 주축이 됐다. 카카오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다음 사업을 분리해 사내독립기업(CIC)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매각 수순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을 둘러싼 여론 조작 의혹까지 터지면서 카카오에 또 한 번 경영 리스크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실까지 공개적으로 우려하고 방송통신위원회,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부처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나섰다. 정치권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포털 관련 규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태로 김범수 창업자는 2021년 문어발 확장 논란, 2022년 데이터센터(IDC) 화재 사고에 이어 3년 연속 국정 감사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렇다고 카카오가 다음 사업을 분사한다거나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와 함께 20년 이상 운영한 토종 포털 서비스라는 이름값이 있고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에 검색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네이버와 비교해 A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유에도 검색 시장에서 다음의 경쟁력이 네이버에 밀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매달 1,000만 명가량의 이용자가 유입되는 다음을 버린다는 판단을 손쉽게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포털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나 영향력 대비 다음이 카카오에 가져다주는 리스크가 분명한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회사 차원에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