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력 고도화를 헌법에 명시한 뒤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는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일주일 새 담화를 6차례나 발표하며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이 이달 중 예고한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정당화하려는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4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를 통해 미국을 '핵전범국'으로 규정하며 북한을 겨냥한 핵공격모의기구를 가동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 최대의 대량살육무기 위협은 미국으로부터 오고 있다"면서 "미국의 위협에 철저한 억제력으로 강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고법에 새롭게 명시된 영예로운 전투적 사명에 충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달 26, 27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에서 개정된 사회주의 헌법에 '핵무기 발전 고도화'를 명시한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뒤 후속조치 격으로 헌법화까지 마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 고도화' 헌법 명기와 관련해 "국가 핵무력 정책을 공화국 최고법을 담보하는 필수불가결한 역사적, 정치적 과제를 달성했다"며 "미국과 그 추종세력과의 장기적인 대결 속에서 자위를 위해 불가피하게 핵을 보유했고, 핵무력 강화정책을 법제화한 것은 세계가 공인하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동시에 핵무력 헌법화를 비난하는 국제사회에 대해 연일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최고인민회의 이후 이날까지 총 6차례의 담화를 쏟아내면서다. 최선희 외무상은 지난달 30일 북한의 핵무력 헌법화를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회의를 비난하는 담화에서 "미국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이 우리에게 비핵화를 강요하면서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헌법적 지위를 부정하거나 침탈하려 든다면 그것은 곧 헌법 포기, 제도 포기를 강요하는 가장 엄중한 주권 침해, 위헌 행위로 간주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천일 외무성 부상, 외무성 대변인, 김정규 외무성 러시아 담당 국장, 원자력공업성 대변인 담화가 잇따르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는 한편 핵무력 강화의 당위성을 강변했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은 핵무력 헌법화를 통해 파탄 난 민생에도 불구하고 핵포기 불가와 핵능력 고도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만약 북한이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정권의 종말을 맞이하게 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외교부도 최 외무상 담화에 대한 입장에서 "북한은 어떤 행동과 주장을 하든 핵보유를 결코 인정받지 못할 것이며 국제사회의 제재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 같은 '담화 폭탄'을 두고 임박한 3차 위성 발사를 정당화하려는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북한은 몰아치기 담화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한 뒤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며 "3차 위성 발사가 임박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 7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연일 위협성 담화를 발표한 뒤 신형 고체연료를 적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핵무력 헌법화 이후 첫 행동으로 3차 위성 발사를 이행할 것"이라며 "10일 노동당 창건일 전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내년 미국 대선까지 염두에 둔 협상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최대한 몸값을 높이기 위해 전략무기 고도화를 추진하는 한편 신냉전 구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해 자신들이 고립돼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이는 북한이 미국 대선 이후까지 염두에 둔 대응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