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침내 코로나19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했다. 하지만 여전히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사스, 메르스 등 야생동물 매개 질병의 유행이 우리에게 준 통찰과 교훈은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선제적 관리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 내 방역과 더불어 국가 간 검역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이제 야생동물 질병관리는 각국 정부가 중심이 되어 나서야 한다. 야생동물 질병을 체계적이며 효율적으로 통제·관리해 나가면서 야생동물에서 유래하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종합적 접근방법(One-Health·원헬스)을 추진해야 한다. 인수공통감염병이 초래하는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과 야생동물의 생태적 건강성을 함께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사회와 자연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환경부 소속기관으로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을 개원하여 사람·동물·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원헬스체계를 정립하여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에 대응하고 있다.
마침 10일부터 이틀간 제주에서 미국, 베트남 등 아태지역 질병 전문연구기관이 모여 ‘야생동물 질병에 관한 정책원탁회의’를 연다. 이 회의를 통해 질병이 야생동물에서 가축으로 그리고 사람으로 종간장벽(種間障壁, species barriers)을 넘지 않도록 하는 국제적 기준과 원칙이 제시될 예정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등과 같은 국제기구도 함께 참여하여 ‘야생동물 질병관리에 관한 선언’을 도출한다.
이 선언의 주요 내용은 ‘포괄적 감시체계 및 조기경보체계 구축’이다. 환경부가 그간 야생철새의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을 막기 위해 전국 87개 지점의 감시체계를 구축한 경험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적인 포획 및 시료 확보 체계를 운영한 노하우를 토대로 마련한 것이다.
또한 ‘과학적 진단 및 분석 추진’으로 질병에 대한 과학적 진단기법과 정도관리방안을 개발하고 유전체분석 등을 활용해 연구를 추진할 것이다. 이외에도 정보 공유, 국제협력 등 참가국과 국제기구의 합의가 도출될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베트남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협력도 추진한다. 미국은 1975년 국립야생동물보건센터를 설립해 야생동물 질병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 포괄적인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베트남과는 야외 임상시험을 주제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 개발을 위한 논의를 구체화할 것이다.
이번 정책원탁회의는 정부 연구기관과 국제기구가 모여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세계 최초의 자리이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이 모여 결실을 보이면 가까운 시일 안에 우리나라가 야생동물 질병에 관한 국제적인 중추 국가로 거듭날 뿐 아니라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건전한 자연환경을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