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29년을 팬과 함께 흘려보낸 LG가 마침내 정상에 우뚝 섰다.
LG는 경기가 없던 3일 2위 KT와 3위 NC가 나란히 기아와 SSG에 각각 패한 덕에 남아 있던 매직넘버 '1'을 지우고 잔여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LG는 4, 5일 롯데와 원정 2연전을 위해 이동 중이던 버스 안에서 축포를 터뜨렸다.
LG는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 통합우승을 차지한 이후 단 한 차례도 정규시즌(양대 리그 제외)이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진출도 정규시즌 4위로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던 2002년 이후 21년 만이다. LG는 이후 오랜 암흑기를 겪었다. 잦은 감독 교체 등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김기태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3년 11년만에 포스트시즌(정규시즌 2위)에 진출한 이후 다시 '가을 무대'를 노크하기 시작했다. △2019년 4위 △2020년 4위 △2021년 3위 △지난해 2위 등 10년간 세 번을 제외하곤 포스트시즌에 단골 등장하며 마지막 우승 퍼즐만 맞추길 기다려 왔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우수선수 육성에 번번이 실패했던 LG가 10개 구단 최강의 뎁스를 자랑하는 팀으로 환골탈태한 게 결정적인 성공 요인이다. 타선에선 이병규와 박용택의 은퇴를 전후로 홍창기 문보경 문성주 등이 급성장했다. 마운드엔 고우석 이정용 박명근이 차례로 등장했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 아쉽게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LG는 염경엽 감독을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곤 올 시즌 짜임새 있는 공수주 밸런스를 앞세워 6월 이후 줄곧 1위를 내달렸다. 팀 타율은 0.281로 리그 1위에 올라 있고, 평균자책점은 3.67로 NC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도루 개수는 158개로 2위 두산(123개)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다. 염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대주자로 기용됐던 신민재를 중용하면서 도루왕 후보(35개)로 키워냈다.
타선은 오스틴 딘과 홍창기 문보경 김현수 등이 이끌었다. 홍창기는 타율(0.335) 4위, 득점(108득점) 1위, 출루율(0.448) 1위를 달리며 공격 첨병 역할을 했고, 오스틴은 홈런(22홈런) 3위, 타점(92타점) 2위를 기록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팀에 승리를 안겼다.
선발 마운드에선 토종선발 임찬규가 12승을 따냈고, 아담 플럿코(11승)와 케이시 켈리(10승)는 21승을 합작했다.
염경엽 감독은 우승 확정 직후 “1년간 열렬히 응원해준 팬분들 덕분에 29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첫 번째 목표인 리그 우승을 달성해 너무 기쁘지만, 가장 큰 목표인 한국시리즈가 남아 있다”며 “지금부터 휴식과 훈련 계획을 잘 짜서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