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철골 대체하고 탄소 잡는 목재건축 "포근한 미관에 환경도 살려" 자부심

입력
2023.10.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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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목조 공공청사 고바야시市 청사 르포
7000㎡ 청사 ‘차 천대 1년 배출 탄소 고정’
日, 산림ㆍ목재로 탄소감축 목표 60% 달성
목조 공공청사 인기에 주변 목조건물 늘어
“한국, 공공 건축물, 목조 강제할 법안 필요”

“나무가 주는 자연의 색, 향기, 따뜻함 덕분에 눈과 코가 편안해집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과 달리 이곳에 들어서면 마음마저 평온해져요. 그 덕분에 의정활동도 평화롭다고 할까요?”

지난달 5일 일본 미야자키현 고바야시시 목조 청사에서 만난 노다 도시노리(60) 시의원은 나무로 지어진 건물에서 일하는 데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고바야시 시청사와 시의회는 세계 각국이 찾는 곳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죠.”

시 공무원들의 안내를 받아 청사 내부를 둘러보니 금세 고개가 끄덕여졌다. 창과 출입문을 제외한 기둥과 벽의 구조재는 물론 바닥과 천장 등 건물 대부분이 목재로 돼 있었고, 묘한 포근함이 건물 전체를 감돌았다. 다테시타 마사유키 도시주택과장은 “8,080그루의 삼나무와 편백나무, 1,920㎥ 목재로 지은 건축물”이라며 “모두 지역에서 자란 나무(시유림)로 지어진 데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반영구적으로 고정하는 효과도 있어 주민들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콘크리트ㆍ철골 밀어내는 목재

그의 설명에 따르면, 본관(행정동)과 동관(의회동)으로 구성된 청사는 4층 높이에 연면적 7,004㎡에 이른다. 2016년 3월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공사에 35억5,000만 엔(약 323억 원)이 들어갔다. 다테시타 과장은 “못 같은 철물을 사용하는 대신 지역 제재소의 프리커트(미리 홈파기) 작업을 통해 납품된 목재를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축해 비용을 크게 줄였다”며 “그러면서도 내화, 내진 기준을 1.5배 이상 충족한다”고 강조했다.

콘크리트 철골 못지않은 건물을 지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인근 미야자키 목재이용기술센터와의 협업이 있었다. 각 목재의 탄성 계수(강도)까지 측정해서 분류, 제재하고 구조재ㆍ내력벽은 사전에 시험을 거쳤다. 다테시타 과장은 “마룻바닥도 웬만해선 긁히지 않을 정도의 강도이고, 관리를 잘하면 100년 이상 갈 수 있는 건물”이라고 말했다.


목조 시청사의 인기가 높다 보니 지역의 목조 건물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인근 미야코노조시에만 프리커트 업체가 120개가 넘을 정도입니다.”(미야자키 목재이용기술센터 관계자) 또 미야자키현에는 제재소에 재료를 조달하는 목재 시장만 12곳이 있다.

배출 탄소 잡는 산림과 목재

물과 탄소를 흡수해 광합성 작용으로 생장한 목재는 익히 알려진 탄소흡수원. 태우지 않는 한 탄소가 고정돼, 목재를 공예품이나 건축 자재로 활용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도 목재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1㎥의 목재가 약 1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볼 때 이 시청사와 의회 건물은 자동차 1,000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를 100년 동안 잡아두는 셈이다.

취재에 동행한 미야자키대 산림환경학과의 사쿠라이 린 교수는 “산에 나무를 심고, 베고 또 심는 방식의 인공조림을 통한 목재 생산 외에도 일본은 공공건축물의 목구조화 사업으로 탄소 흡수량을 크게 늘렸다”며 “교토의정서 발효 13년간 산림을 통해 탄소배출삭감 목표량의 60%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0년부터 ‘공공건축물 등의 목재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시행, 공공목조건축물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건축 소재의 목재화를 통한 탄소 배출 저감 움직임이 활발하다. 목재 자급률 71%인 미국도 ‘목재증진법’을 마련해 고층 목조건축물 확산을 유도하고 있고, 캐나다 퀘벡주는 ‘목재우선법’을 제정, 목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40%는 건축에서 발생한다.

‘걸음마’ 한국... “공공 건축물부터”

50년 녹화 사업으로 임목 축적량이 1㏊당 11㎥(1972년)에서 165㎥(2021년)로 급증한 한국도 목재를 이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2019년 경북 영주 한그린목조관(5층)이 완공됐고, 대전에선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7층 규모의 목조건축 공사(산림복지진흥원 종합교육센터)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목재 수확(벌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고, 이로 인해 관련 규정도 미비하기 때문이다. 심국보 충북대 종이ㆍ목재과학과 교수는 “한국도 목재로 80층까지 지을 수 있는 기술력은 확보하고 있지만 벌목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에 목재를 이용한 건축물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며 “목조 건축물의 장점과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지자체나 공공 건축물을 목조로 강제할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성곤 의원 등이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공공건축물의 목재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은 현재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바야시=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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