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농구 '항저우 참사'... 중국에 완패하며 17년 만에 노메달

입력
2023.10.03 16:09
아시안게임 역대 두 번째 8강전 패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남자 농구 대표팀이 중국에 완패하면서 17년 만에 노메달로 고개를 숙였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8강전에서 중국에 70-84로 완패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5~8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남자 농구가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2006 도하 대회 8강 패배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2010 광저우 대회 은메달, 2014 인천 대회 금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한국 농구의 몰락이다.

대표팀은 경기 초반부터 활동량에서 밀리면서 끌려갔다. 좀처럼 속공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1쿼터를 13-20으로 끌려간 뒤 2쿼터에는 무려 30점을 내줬다. 3쿼터에도 큰 차이가 이어졌고, 종료 3분 전 변준형의 득점으로 격차를 13점까지 좁혔지만 결국 4쿼터에서 7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대표팀은 지난달 30일 일본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패하면서 조 1위와 8강 직행 카드를 놓쳤다. 이 때문에 전날 바레인을 상대로 8강 진출 결정전을 치렀다. 경기 종료 14시간 만에 중국을 다시 만나 8강전을 벌이면서 객관적 전력 열세에 일정 문제도 맞닥뜨리게 됐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셈이다.

추일승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일단 (금메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죄송하다. 개인적으로도 치욕스러운 대회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대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무겁게 입을 뗐다. 그러면서 “농구를 응원해주고, 사랑해준 팬들에게 굉장히 죄송하다. 이런 것을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지금 제가 할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허훈은 “자초한 만큼 우리가 잘 마무리했어야 했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며 “누구 한 명의 책임이 아니다. 선수들을 포함해 모든 농구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선수들과 따로 얘기를 나눠보진 않았지만 개개인들이 잘 느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허훈은 “아무래도 가드가 6명이 왔으니 분위기 자체가 그랬다. 대표팀 내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관여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국내 정상급 포워드들이 부상, 소속팀 집중을 이유로 합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