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권미경(탄소영협동조합 이사)= 공주 출신으로 대학까지 공주에서 마치고 타지에서 직장생활하다 돌아온 지 2년이 안 됐다. 일에 대한 매너리즘을 느껴 직장을 그만둔 후 고향으로 돌아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진로를 고민하다 창업하게 됐다. 탄소 감축과 제로 웨이스트 사업을 하고 있다.
김지환(이드아트컴퍼니 대표)= 중학교까지 공주에서 나왔고, 이후 28세까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019년에 퇴사하고 돌아왔다. 연극 무대 연출 기획을 해왔는데, 공주에서 공연을 하나 맡게 된 것을 시작으로 공주에 자리 잡게 됐다.
신상기(프리랜서)= 공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왔고 타지에서 대학을 나왔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고향에 돌아올 때마다 위안을 얻고 안정감을 느끼면서 공주에서 뭔가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2년 정도 목공 작가로 활동했고, 다음에는 음식점을 운영했다. 지금은 방과후 강사와 컴퓨터 코딩 관련 강사를 하고 있다. 공주시 청년센터의 도움으로 공주시 지역소멸 문제 해결과 관련된 창업을 계획 중이다. 내가 느낀 공주의 매력을 널리 알려 공주에 뿌리내리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_공주를 떠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권= 친구들이 취업을 위해 공주를 떠나니, 정확한 계획도 없이 공주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주 청년들은 대부분 서울 천안 아산 당진 등 일자리가 많은 곳으로 떠난다. 최근엔 반도체 관련 화학회사인 솔브레인 공장이 공주에 들어서는 등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김= 저는 서울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서울이었다. 오랜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공주에 정착하기로 한 계기는 2019년 공주에서 내려와 처음 공연을 시작했는데 1년에 100회 이상했다. 공주는 공연 예술의 블루오션이라는 걸 알게 됐다. 주민을 대상으로 연극 아카데미를 열어 운영했는데, 참가자 중 한 분은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랐는데 평생의 꿈을 실현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를 표현하는 방식을 잘 모르니 그런 쪽으로 많은 수요가 있다.
_공주시 인구가 10만 명인데 그중 나를 표현하고 싶다고 원하는 인구가 몇 명인지.
김= “공주 사람 중 6만 명 정도가 예술인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시 한 편쯤 써 봤고, 노래 한 곡은 작곡했고 악기 하나는 연주하는 사람이 6만 명 정도라는 것이다.
신= 수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공주의 많은 주민들이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다. 본격적인 무대도 중요하지만, 길거리 버스킹 무대처럼 이런 욕구들을 충족할 수 있는 일상 속 공간이 필요하다.
_공주 원도심에는 공산성과 제민천 주변에 사진찍기 좋을 만한 카페도 많고 예쁜 식당도 많다. 이곳 자영업자 중에는 외지에서 온 이주민이 얼마나 되나.
김= 6대 4 정도로 이주민이 많은 것 같다.
신= 공주에서 계속 살아온 주민들은 공주의 매력을 잘 느끼지 못한다. 유턴 청년이나 오래간만에 방문한 사람들이 “공주가 이렇게 바뀌었네” 하며 놀라워한다. 이런 매력에 반해 공주 상가 건물에 투자하는 외지인들이 늘면서 건물 가격도 많이 올랐다.
권= 저도 공주에 돌아오고서 너무 많이 달라져 있어 놀랐다. 제민천 주변에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서 알아보는데 이미 너무 많이 올랐다. 또 공주 주민들은 금강 건너 쪽 신관동이나 월송지구로 많이 이전해 원도심은 주말에만 북적이는 관광 지구가 돼 가고 있다. 그런데 숙박시설이 부족해 관광객들이 공주를 거쳐 가는 곳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쉽다.
_외지에서 이주해 사업을 하는 사람들과 원주민의 관계는 어떤가.
권= 고향이지만 저도 공주가 낯설다. 공주에서 만난 분들 중에는 10년 넘게 공주에 살고 있지만, 공주가 폐쇄적이고 텃세가 심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 외지인에게 쉽게 마음을 못 여는 분위기다.
신= 공주 토박이들이 폐쇄적이라 느껴지는 건 이주민을 배척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래 공주에 살 것인지 관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외지에서 왔다고 해도 끈끈하게 챙겨주는 정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저도 식당을 간판도 없이 시작했는데, 지역 주민들이 식당 입소문을 내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다. 공주에 외지 청년들의 유입을 돕는 퍼즐랩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공주 토박이가 아니다. 공주가 맘에 들어 정착해 뭔가 하고 싶은데, 부족한 게 많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공주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김= 공주에서 오래 유지돼 온 기득권과 외지인 확산 사이에서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시청 관광과와 함께 일하다 보면 지역 원로들 사이에서 지역주민을 우선 고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적합한 인력을 찾기 힘들다. 공연 기획을 하다 보면 기획사를 일용직처럼 대우하는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된다. “좋은 아이디어인데, 그냥 해 줘”라는 식이다. 그렇다고 항의하기도 힘들다. 소문이 빠른 곳이기 때문이다. 온 동네 사람들이 CCTV다. 그래서 상처만 남은 채 떠나고, 텃세라는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
_처음에는 외지 자본이 현지인을 몰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 생각했는데, 들어보니 훨씬 복잡한 문제인 듯하다. 외부에서 공주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보는 사람들이 유입돼 변화가 시작됐는데, 원래 건물 소유주나 인맥을 가진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려 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인가.
신= 두 측면이 모두 존재한다.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공주에 정착하려는 외지인들은 현지 주민의 텃세처럼 느낄 수도 있고, 공주 사람 입장에서는 공연히 건물값만 높이고 떠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둘 사이에 소통이 충분하다면 갈등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공주뿐만 아니라 전국 소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_퍼즐랩이 제작하는 공주 원도심의 카페 식당 민박 등의 지도가 유명하다. 원주민과 외지인 자영업자 간의 연결망이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신= 퍼즐랩이 진행하는 마을스테이 프로그램과 연결된 업소들 덕분에 원도심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민간에서의 노력이 지역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외부에서 정착하는 사람들과 지역을 연결하고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지에서 와서 카페나 공방 등을 운영하는 이주민은 몇 명 정도 되는지.
김= 외지에서 와서 창업하는 분들이 1,000명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이들은 주로 오픈 카톡방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데, 직장 때문에 이사 온 사람들도 포함해 2,000명 정도가 카톡방에서 활동하고 있다.
_그들의 고민은 무엇인지.
권= 주변에 여가 시간을 보낼 곳이 없다. 주말에 쇼핑하려면 외부 대도시로 가야 한다.
_공주 출산율이 전국 최저인 이유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신= 공주 주민이 결혼하면 세종과 대전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이나 생활 인프라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조용하고 잔잔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은 공주가 정착하기 좋은 고장이다. 주로 삶이 지치고 힘들어 힐링이 필요하거나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는 사람들, 또 프리랜서처럼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공주에서 살아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김= 주변 대도시처럼 모든 것을 다 갖추려는 전략은 오히려 공주가 가진 장점을 키우는 데 제약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는 등 공주는 관광을 기반 산업으로 특화해 변화하고 있다. 기존 관광도시인 전주나 경주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혁신적인 도시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