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탄소국경세···기업·정부 위기의식 갖고 대비해야

입력
2023.10.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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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앞두고, 철강 등 수출 품목의 탄소 배출량 보고가 의무화됐다. ‘탄소국경세’ 부과까지 앞으로 2년여의 유예기간만 주어졌을 뿐이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10월 1일(현지시간)부터 2025년 말까지 CBAM 시행을 위한 전환기(준비기간)가 가동된다. 제3국에서 생산된 6개 제품군(시멘트, 전기, 비료, 철 및 철강 제품, 알루미늄, 수소)을 EU에 수출하려면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산출해 EU에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올해 10∼12월 배출량에 대해 내년 1월 첫 보고가 이뤄지게 돼 있다.

2026년 1월부터는 본격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전년도에 수출한 상품의 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해서 제출해야 한다.

EU의 이런 제재에 대해 중국, 인도 등 일부 국가는 “보호주의적 조처로 역외국가에 대한 차별”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기후위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감축 노력 일환이며, 제도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한국의 경우, 대상 품목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89.3%(지난해 45억 달러), 알루미늄 10.6%(5억4,000만 달러)이다. 철강 산업의 수출 경쟁력에 막대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저탄소 연원료 사용을 확대하고 2026년부터는 전기로를 가동하면서 수소환원제철(하이렉스) 시험 설비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풍력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 고심 중이라고 한다.

기업들의 자구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부의 개입과 지원이다. 일본 정부는 민간기업의 탄소 중립 비용을 일부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확보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탄소중립 추진 과정의 고충이나 일시적 비용 부담 등까지 세밀히 살펴야 한다.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했다가는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