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온실가스 절반 감축"? 구체적 방법 안 밝히면 '그린워싱 광고' 판별

입력
2023.10.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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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경영활동 표시·광고 가이드라인’ 최종안 입수]
그린워싱 방지 위한 환경부 차원 첫 지침
기준 자세하지만 강제성 없는 점은 한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감축하겠습니다.” 최근 들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유행과 함께 자주 보이는 광고 문구 유형이다. 환경부가 이달 확정 발표할 예정인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 광고는 자칫 그린워싱이 될 가능성이 있다. ‘2026년 30% 감축’ 등 중간목표는 물론 감축 방법도 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3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환경부의 ‘친환경 경영활동 표시·광고 가이드라인’ 최종안은 제정 취지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의지만 앞선 광고는 그린워싱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업에 경고하기 위함이다. 자사의 친환경 경영을 홍보할 때 온실가스 감축·환경성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방법을 함께 표시해야 과장 광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몇 년간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활동이 그린워싱으로 의심받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올해 초부터 지난 8월까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위탁해 예방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지난달 1일 시행된 공정거래위원회의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에 이어 나온 정부의 두 번째 그린워싱 방지 가이드라인이다.

가이드라인에는 친환경 경영 표시·광고의 기본원칙과 광고 유형별 사례가 담겼다. 광고는 정보의 △진실성 △구체성 △완전성 등 기본원칙을 지켜야 하며, 환경개선 성과를 과장하지 않는다는 △상당성 원칙도 어겨서는 안 된다. 광고 대상 친환경 활동은 △기업의 자발적 활동이고 △경영과의 관련성이 높아야 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포장재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사내 카페에 종이 빨대를 도입한 사실만으로 환경 개선에 큰 기여를 한 것처럼 광고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광고 유형은 8가지가 제시됐다. △환경경영 의지 표명 △환경 인증 획득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탄소중립 주장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원‧부자재 및 용수 사용 절감 △폐기물 발생 저감 △협력업체 환경경영 지원 등이다.

가이드라인은 실제 기업 광고 사례를 각색해 유형별 '그린워싱 의심 사례'를 제시했다. ‘원‧부자재 및 용수 사용 절감’ 광고 유형 중에는 “포장재 생산 공정을 바꿔 연간 최대 1,600톤의 잉크 사용량을 절감”했다는 모 기업 광고가 바람직하지 못한 사례로 지목됐다. 이 기업이 잉크 1,600톤 절약으로 줄일 수 있는 환경오염 물질은 전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의 1% 수준에 불과한데도 이를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주장 광고의 경우 탄소배출 감축이 직·간접적 방식 중 어떻게 이뤄졌는지 명시해야 한다. 특히 상쇄에 기반한 온실가스배출권을 구입한 경우 탄소배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체적인 인상을 주면 안 된다. 상쇄는 다른 기업이나 기관이 나무 심기 등 친환경 사업을 한 대가로 발급받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줄인 셈 치는 것인 만큼 사실상 감축이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은 이 경우 광고에 나무·열대우림·동물 등 환경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이미지를 넣거나 파란색 또는 녹색 배경 또는 텍스트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했다.

환경성에 대한 세부사항 명시가 필요할 경우 가급적 표시·광고 안에 삽입하는 것이 좋지만 영상이나 지면에 제약이 있을 경우 기업 홈페이지에 따로 게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라디오나 팟캐스트 등 시간 제약이 있는 음성매체의 경우도 링크나 정보무늬(QR코드)를 통해 부연하도록 했다.

환경부는 유관부처 의견수렴을 마친 뒤 이달 중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후·환경 관련 주무부처인 환경부 차원에서 그린워싱 예방 가이드라인이 처음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공정위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강제성이 없는 것이 한계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진단하고 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취지여서다.

시정조치, 과징금, 벌금 등 처벌 규정을 두고 그린워싱 광고를 규제하는 '환경기술산업법'과 공정위의 '표시광고법'은 모두 규제대상을 제품(제조물) 광고로 한정하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기업 경영이나 서비스 홍보로 규제 대상을 넓히는 환경기술산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신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