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사기 대출 의혹 관련 민사 재판에 직접 출석하면서 '마녀사냥'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번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형사 재판 4건과는 무관한 별개 민사 사건으로, 그가 대출을 쉽게 받으려는 목적에서 보유 재산을 부풀렸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뉴욕시 맨해튼지방법원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이 시대 최대의 마녀사냥이 지속되고 있다"며 "불량 판사가 자산의 실제 가치 중 일부만 인정한 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인종차별주의자인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이 뉴욕주지사 출마를 위해 나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이 사건을 "사기(scam)" "엉터리(sham)" 등으로 규정했다.
지지층을 향해 억울함도 호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한 뒤, "(오히려) 범죄는 나를 향해 저질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회사 명칭이기도 한 '트럼프'의 브랜드 가치를 코카콜라에 빗대면서 "나는 내 최고의 자산인 브랜드를 장부에 반영하지도 않았다"고 자산 부풀리기 의혹을 반박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뉴욕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을 일축했다. 제임스 장관은 재판 시작 전 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동 피고인들은 지속적·반복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며 "법원이 지난주 약식 재판에서 이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권력이 강해도,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그 누구도 법 위에 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임스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은행 대출 등을 용이하게 하려고 10년 이상 뉴욕의 저택과 최고급 아파트, 빌딩, 영국 및 뉴욕의 골프장 등 다수의 자산 가치를 22억 달러(약 3조 원)가량 부풀려 신고했다며 지난해 9월 뉴욕주 법원에 민사소송을 냈다. 사건을 맡은 맨해튼지법 아서 엔고론 판사는 정식 재판 시작 전인 지난달 2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보유 자산 가치를 부풀리는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인정된다"며 제임스 장관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뉴욕주 법률에 따라 제기된 이번 민사 재판은 배심원단 없이 엔고론 판사가 사실관계 판단과 사법적 판단을 모두 내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패소할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 기업이 뉴욕주 내에서 사업할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제임스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벌금 2억5,000만 달러(약 3,400억 원)를 부과하고, 그가 뉴욕주에서 영구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엔고론 판사는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주에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명령했다. 이날 첫 일정을 개시한 이 사건 재판은 오는 12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