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유럽연합(EU)에 들어올지를 결정하는 건 EU여야 한다. 지금은 밀수업자가 하고 있지 않은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몰타에서 열린 제10차 EU 남부국가 정상회담에서 나온 성토다. 'EU가 이민자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EU 남부국가 연합은 지중해를 끼고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9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유럽행을 원하는 아프리카·중동·아시아 출신 난민의 유럽 유입 관문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EU의 난민 정책에 대한 해당 국가들의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이민자 유입이 폭증하면서 불만 강도가 한층 세졌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와 직선거리로 145㎞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람페두사섬엔 지난달 기준 약 13만3,000명의 이민자가 도착했다. 섬 전체 인구(약 6,000명)를 훌쩍 뛰어넘는다.
유럽 남부 나라들은 EU를 향해 △난민이 유럽행 선박에 오르지 못하도록 출발지에서부터 선제적으로 단속하고 △망명 신청이 거부된 난민은 조속히 유럽 바깥으로 내보내라고 요구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EU의 구조적 해결책이 없다면 모두가 (난민에) 압도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9개국은 또, "유입된 난민을 (EU의) 27개국에 고루 분배하라"고도 압박했다.
이들이 분노하는 또 다른 지점은 유럽의 다른 국가들이 난민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독일 정부에 "난민 구조선을 운영하는 비정부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
난민의 1차 기착지가 아닌 국가들의 관심사는 다르다.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을 어떻게 막느냐'보단, '이미 유럽에 들어온 난민을 우리 나라에 어떻게 오지 못하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많은 국가가 속속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다.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협약인 솅겐 조약에 배치된다'는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표 주자'는 독일이다. 체코,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과의 국경 지역에 경찰을 추가 배치하고 국경 출입 차량 감시를 강화한 것은 물론, "난민의 첫 번째 유럽 체류 국가가 난민 관리를 방치하고 있다"고 책임을 돌리기도 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에 도착하는 난민 70% 이상이 (이전 체류 국가에) 사전 등록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고 독일 언론 베를리너차이퉁은 보도했다.
국제사회 비판을 감수하고 자체적으로 난민 장벽을 높이는 국가도 있다. 덴마크가 대표적이다. 덴마크는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혜택을 줄이고 이민자의 가족 재결합마저 제한했다. 도이체벨레는 "이러한 강경책을 편 결과, 덴마크에서는 7월 기준 고작 180명만 망명을 신청했을 정도로 이민자가 줄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