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와 유관순이 힘찬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한다. 세상에 이럴 수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인물 우표 이야기다. 지난달 말 우표 수집광 친구와 오랜만에 우표전시회에 다녀왔다. 대학 시절 이 친구를 위해 네댓 명이 우체국 근처 공원에서 밤새워 막걸리를 마신 적이 몇 번 있다. 우체국 문이 열리고 원하는 우표를 손에 쥔 친구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짓곤 했다.
“우표에서 얻은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다.” 우표 수집가로 유명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우표에 역사, 인물, 자연, 정치, 사회, 문화 등 한 나라의 모든 게 담겨 있기 때문일 게다. 자신이 소아마비를 극복하는 데 우표 수집이 큰 힘이 됐다는 그의 말은 우표와 관련해 자주 인용된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역시 우표 수집광으로 유명하다. 혁명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도 우표첩을 챙겨 피신했을 정도다.
우표가 붙은 편지를 받아본 지 오래됐다. 지인들에게 우표 산 날을 물어보니 "아들이 군에 입대할 때"라는 답이 많다. “아들의 편지를 받고 싶어 50장을 사서 보냈는데, 두 통 받곤 끝났다”며 아쉬워한 친구도 있다. 우표보다 바코드 스티커에 익숙해진 요즘, 우편업무의 효율성은 높아졌을지언정 운치도 낭만도 사라졌다.
우표는 편지 봉투에 붙이고, 편지는 부쳐야 한다. ‘붙이다’와 ‘부치다’는 발음이 같지만 뜻은 다르니 잘 구분해 써야 한다. ‘붙이다’는 ‘붙다’의 사동사로, 뭔가 두 개 이상을 가깝게 맞대 떨어지지 않게 한다는 뜻이다. 편지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벽에 가구를 붙이고, 촛불을 붙이고, 구실을 붙이고, 조건을 붙이고, 흥정을 붙이고, 별명을 붙인다.
다른 단어와 합해져 하나의 말이 된 경우에도, 맞닿아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면 ‘-붙이다’가 바르다. 밀어붙이고 쏘아붙이고 걷어붙이고 몰아붙인다. 그러나 힘차게 대들 기세로 벗는 ‘벗어부치다’는 몸에서 옷이 떨어지는 상황이니 밀착과는 거리가 멀다.
‘부치다’는 꽤 다양하게 쓰인다. 편지를 부치고, 표결에 부치고, 비밀에 부치고, 힘에 부친다. 또 논밭을 부치고, 빈대떡을 부치고, 경매에도 부친다.
‘작은 포스터’ 우표가 붙은 편지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편지를 받으면 가슴이 뛴다.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도 털어놨다. “겉봉에 쓰인 내 이름을 보면 사랑에 찬 심장의 고동에서 절묘한 음악을 끌어내 들리지 않는 심포니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