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장수 전직 대통령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99세 생일 축하 행사에 '깜짝 등장'을 했다. 올해 2월부터 연명 치료 중단 후 자택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는 그는 당시만 해도 매우 위중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최근 잇따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로 만 99세 생일을 맞은 카터 전 대통령은 전날 고향인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플레인스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 부인 로절린 카터 여사와 함께 등장했다. 두 사람은 경호원이 운전하는 검은색 쉐보레 서버번 차량의 뒷좌석에 손을 잡고 나란히 앉아 시내 중심가를 통과했다. 거리 양옆에 늘어선 대중은 박수와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환호했다. 생일 당일인 이날엔 자택에서 일요일 예배 참석 대신, 자녀와 손자, 증손자들에게 둘러싸여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각계의 축하도 쏟아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절반만 따라잡아도 좋겠다"고 찬사를 보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99세는 한 번뿐이다. 길고 좋은 여정이다. 당신의 봉사와 우정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카터센터로 날아든 생일 축하 메시지는 1만7,000여 건에 달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호스피스 돌봄 이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23일 플레인스에서 개최된 땅콩 축제 퍼레이드 등장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2015년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 흑색종이 뇌와 간으로 전이됐다는 사실을 밝힌 그는 올해 2월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고향의 자택에 머물고 있다. WP는 "(2월) 당시 의료진은 카터의 남은 생이 일주일 정도라고 했지만, 그는 여전히 TV 뉴스와 드라마 '로 앤 오더'를 챙겨 보고 지인들과 현안에 대해 대화한다"며 "내년 대선 동향을 체크하거나, 자신이 응원하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야구 경기도 시청한다"고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2018년 향년 94세로 별세한 조지 H.W. 부시를 제친 최장수 역대 미국 대통령이다. 1977~1981년 재임했고, 후임자 7명의 당선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