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열 마친 우상혁 “높이뛰기가 너무 좋다…5년 전엔 즐기지 못해”

입력
2023.10.0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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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점프로 일찌감치 결선행
4일 바르심과 금메달 두고 격돌
2018 대회 때는 은메달 목에 걸어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이 단 한 번의 점프로 가뿐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 올랐다.

우상혁은 2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높이뛰기 B조 예선에서 2m15를 넘어 결선 진출을 확정했다. 우상혁의 라이벌인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은 2m19를 1차 시기에 넘어 예선 전체 1위로 4일에 펼쳐지는 결선 무대를 밟는다. 이날 예선은 17명의 출전 선수 중 상위 12명이 결정되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일찌감치 예선을 마친 우상혁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원래 예선전이 없는 대회가 많은데, 생각보다 아시아 육상 높이뛰기가 최근에 강해져서 예선을 뛰게 됐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뛰었고,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결선에서 모든 힘을 모아 뛰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우상혁에게 세 번째 도전 무대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나섰던 2014 인천 대회에서 10위(2m20),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은메달(2m28)을 따낸 바 있다. 2020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는 세계 정상급 반열에 올랐다. 올림픽 당시 한국 육상 사상 최고 성적인 4위(2m35)에 올랐고, 2022 세계실내선수권대회 금메달(2m34), 2023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2m35) 등을 차지했다.

5년 전 자카르타 대회를 떠올린 우상혁은 “어린 나이라 몸 관리만 신경 쓰고 (경기를) 즐기지 못했다. 당연히 선수라면 목표는 금메달이 맞지만 너무 그것만 생각하느라 내 기술이나 자세가 잘 안 나왔다. 힘을 빼고 뛰는 게 고수의 기술인데, 그게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지금은 경험이 충분히 쌓여 누구보다 즐길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5년이 지났고, 노하우도 생겼다”며 “잘 즐기면서 마음 한편에 내가 준비한 것만 다하자는 생각으로 해야 후회가 안 남는다”고 강조했다.

도쿄올림픽 때 거수경례 세리머니와 밝은 미소로 화제를 모았던 우상혁은 “높이뛰기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해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모습이 비쳤다”며 “결선에서는 즐기다 보면 흥이 나타난다. 나도 내가 뭘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다. 높이뛰기가 정말 재미있다. 그래서 (이번) 결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대회는 우상혁과 바르심의 2파전이다. 우상혁과 다른 조에서 예선을 뛴 바르심은 “우상혁은 아시아 육상 높이뛰기를 세계 수준으로 함께 끌어올린 라이벌이자 친구”라면서도 “목표는 물론 나의 우승”이라고 자신했다. 예선을 마치고 나란히 기념촬영을 한 둘은 결선에서 선전을 다짐했다. 우상혁은 “바르심이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을 축하한다고 하더라. 조가 달라서 ‘결선 때 만나자’는 얘기 정도만 했다”고 밝혔다.

우상혁이 바르심과의 라이벌전에서 승리하고 금메달을 따내면 이진택(1998 방콕·2002 부산 대회 우승) 이후 21년 만의 쾌거를 이룬다.

항저우 =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