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조직 내 여성 관료 중 최선임인 김경희 개발금융국장을 지난달 17일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으로 뽑은 걸 놓고 '뒷말'이 나온다. 얼핏 보기엔 의미 있는 인사다. 기재부 여성 관료 가운데 직업 공무원이 오를 수 있는 최고봉인 1급(실장급)에 앉은 건 김 단장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 공무원의 고위직 진입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유리 천장'을 확인했다는 시각도 있다. 김 단장이 몸담았던 기재부 본부 1급도 아닌 데다, 실세 기관과는 거리가 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공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 경제 정책 자문을 표방하고 있으나 권한은 사실상 없다.
행정고시 37회인 김 단장은 1994년 기재부 전신인 옛 경제기획원에서 일을 시작했다. 30여 년 전만 해도 남성 일색이었던 경제 관료 사회에서 그는 수년간 홍일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매 인사·승진 시기마다 '최초의 여성'이란 수식어가 뒤따랐다. 기재부 내 첫 여성 서기관, 여성 과장, 여성 국장, 여성 1급 이런 식이었다.
최초의 여성 타이틀이 더욱 부각됐던 건 그만큼 기재부가 '남초 조직'이었다는 방증이다. 기재부는 다른 부처보다 업무 강도가 세고 남성 중심적인 정·관계 고위층을 상대하는 일이 잦아 여성 공무원이 살아남기 쉽지 않았다는 평가다.
김 단장은 기재부에서 실력으로 생존했다. 그는 과거 기재부 내에서도 남성이 많다는 세제실에서 조세분석과장, 재산세과장 등 주요 실무 보직을 거쳤다. 세제실처럼 여성 관료가 드문 기재부 예산실에서도 국장을 역임했다. 예산실 최초의 여성 보직 국장이었다.
이번 인사를 아쉬워하는 쪽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김 단장이 기재부 본부 내 7개인 1급 중 하나를 달 수 있는 자질을 갖췄지만 결국 유리 천장에 막혔다는 불만이다. 김 단장도 기재부 본부 1급을 노렸으나 지난달 초 1급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경제자문회의로의 이동을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여성 고위직을 이미 배출한 다른 부처 사례 역시 기재부와 비교되는 면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차관급을 지낸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윤석열 정부의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각각 통상, 외교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부처 지도부에 올랐다.
물론 김 단장 후배 기수로 내려올수록 여성 관료가 많아져 유리 천장이 서서히 사라질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기재부에서 고위직에 가까운 여성 관료는 장문선(행시 39회) 기획정책담당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파견된 오은실(행시 41회) 국장 등이 있다.
한 기재부 관료는 "기재부는 본부 국장을 맡더라도 두 번 이상 하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기재부가 능력 중심으로 사람을 쓰긴 하나 업무, 양육을 동시에 했던 선배 여성 관료를 배려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