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기세 충돌

입력
2023.10.03 04:30
15면
흑 김은지 6단 백 신민준 9단
본선 8강 <1>



8강 무대에서 ‘디펜딩 챔피언’ 신민준 9단과 김은지 6단이 만났다. 두 기사 간의 공식 기전 첫 맞대결. 신민준 9단은 16강에서 이창석 9단을 제압하며 연속 우승을 향해 진격했다. 후원사 시드로 본선 대열에 합류한 김은지 6단 역시 명인전 본선 데뷔전에서 허영호 9단에게 역전승을 거두며 생애 첫 종합 기전 8강이라는 수확을 얻은 상태. 각자의 목표를 위해 물러날 수 없는 한판 승부다. 2007년생인 김은지 6단은 여자 바둑계의 '미래 권력'이다. 불과 며칠 전 여자 최고 기사 결정전 결승에서 최정 9단에게 패했으나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현재 국내 랭킹 역시 66위로 여자 기사들 중 최정 9단 다음으로 높다. 현재 만 16세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김은지 6단의 흑번. 근래 보기 드문 양화점 포석으로 초반이 진행된다. 흑9까지 일반적인 진행. 흑13이 놓이며 은은한 초반 신경전이 시작된다. 백이 백14로 16에 먼저 둔다면 흑이 틀어막는 동안 백14 자리에 두어 평범한 진행. 하지만 신민준 9단은 백14로 붙이며 복잡한 대형 정석을 굳이 거부하지 않는다. 그 결과 두 기사 간의 기세 충돌로 흑31까지 초대형 정석이 등장한다. 수순 중 흑25는 1도 흑1로 연결해 흑3, 5로 두는 변화도 있지만 현재 배석과는 맞지 않다. 결국 실전 백16부터 흑31까지의 진행이 외길 수순인 장면. 인공지능조차 성능이 좋지 않다면 오류가 난다는 복잡한 형태가 등장했다. 참고로 이 초대형 정석 진행에서 주의할 점은 백의 입장에선 2도 백2, 4의 축이 성립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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