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2년 넘게 '햇살론보험' 출시를 손 놓고 있다. 그간 이들이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 출연한 금액만 수백억 원에 달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해당 출연금을 청년보험 재원으로 전환해 사회 초년생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서금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올 6월 말까지 보험사의 서금원 출연금은 314억8,000만 원에 달한다. 보험사를 비롯해 은행, 카드사 등 전 금융업권은 2021년 5월 서민금융법 개정으로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 출연금 부과 대상이 됐다.
서금원 출연금은 금융사의 서민금융상품 재원으로 사용된다. 2021년 10월 전업카드사 7곳(신한·KB국민·현대·삼성·우리·롯데·하나카드)이 개인신용평점 하위 10% 이하인 서민·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출시한 신용카드 상품인 '햇살론카드'가 대표적이다. 실제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는 2021년 10월 이후 올 6월 말까지 서금원에 273억 원을 출연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출시가 된 햇살론카드의 서금원 보증금은 출연금의 약 1.7배인 468억 원이었다. 은행업권의 햇살론 출연금은 같은 기간 1,831억 원, 보증금은 그 10배가 넘는 1조8,821억 원이었다. 통상 햇살론 등 보증부 대출은 출연금보다 보증금이 더 많다.
이에 반해 보험사의 서민금융상품 실적은 극히 저조하다. 2021년 10월부터 올 6월 말까지 서금원의 보험사 햇살론 보증금은 10억 원뿐으로, 보험사 출연금의 3% 수준에 그쳤다. 은행·여전업권과 비교하면 사실상 보험사 햇살론은 '개점휴업' 상태인 셈이다.
보험사의 햇살론 출시는 계속 늦어지고 있다. 앞서 서금원은 삼성생명과 KB손해보험, 미래에셋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DB손해보험 등이 올해 '근로자햇살론'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지난해 말 상품을 출시한 삼성생명을 뺀 나머지는 깜깜무소식이다. 심지어 햇살론카드 같은 업권 특화 햇살론 상품은 논의조차 없다. 서금원 관계자는 "보험업권 특성상 신용대출이나 보증 상품을 출시한 경험이 적은 탓에 출시 시기가 다소 늦춰진 것으로 안다"며 "간담회 등을 개최해 출시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엔 높은 햇살론 부실 위험도 한몫하고 있다. 예컨대 여전사 햇살론의 6월 말 누적 대위변제율은 9.9%(46억 원)인데, 이는 저신용·저소득층이 못 갚아 서금원이 대신 갚아 준 돈이 10%에 달한다는 의미다. 전체 근로자햇살론 대위변제율 또한 6월 말 기준 10.9%로 지난해 말(10.4%) 대비 소폭 상승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초 올 하반기에 햇살론을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상반기로 시기를 미뤘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보험사 출연금 용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배달 라이더 등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2030세대를 위한 청년 상해보험의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와 보험사, 청년 본인이 3분의 1씩 보험료를 분담하면 청년의 보험 가입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작년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장기손해보험 신(新)계약 연령 분포에 따르면, 30대 이하 비중은 2010년 51.6%에서 2019년 37.6%로 급감했다.
윤 의원은 "처음부터 보험사를 서금원 출연 대상으로 끌어들인 게 문제였다"며 "이제라도 서민금융법을 개정해 보험사 출연금을 청년보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