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힙합계의 전설적 래퍼인 투팍 샤커의 총격 피습 사망 사건 용의자가 27년 만에 체포됐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라스베이거스 경찰은 이날 투팍 피살 사건의 용의자로 갱단 두목 출신인 듀언 키스 ‘케프 D’ 데이비스(60)를 검거했다. 네바다주 검찰은 대배심이 데이비스에 대해 치명적 흉기로 투팍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데이비스는 앞서 인터뷰와 회고록 등을 통해 자신이 투팍을 총으로 쏜 차량의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한 인물이다.
투팍은 25세였던 1996년 9월 7일 라스베이거스의 한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 옆 차량의 괴한이 쏜 총에 맞고 숨졌다. 당시 경찰은 투팍이 탔던 차량을 운전했던 음반사 사장과 사건 직전 다툼이 있었던 갱 단원, 그와 앙숙이었던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B.I.G.) 등을 조사했으나 결국 단 한 사람도 기소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쳤다. 이후 이 사건은 미국의 미제 사건으로 남았으나, 올해 7월 경찰이 이와 관련해 네바다주의 주택을 압수수색했다고 발표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투팍이 살해된 이유는 27년 만에야 밝혀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일 투팍 일행이 복싱 경기 관람을 위해 찾은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데이비스의 조카와 싸움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데이비스가 경기 후 파티 장소로 가는 투팍의 차량을 발견하고 보복 차원에서 총격을 명령했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는 데이비스가 당시 가해 차량에 타고 있던 4명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인물이라고 공소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투팍은 1990년대 미국 힙합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렸다. ‘캘리포니아 러브(California Love)’ ‘하우 두 유 원트 잇(How Do U Want It)’ 등의 히트곡으로 전 세계적에서 7,5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래미상 후보에만 여섯 차례 선정됐고, 올해 6월에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렸다.
투팍 피살의 미스터리가 풀리면서, 이제는 그와 함께 미 힙합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렸던 비아이지의 사망을 둘러싼 의문도 해소될지 주목되고 있다. 비아이지는 투팍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되기도 했는데, 투팍이 숨진 지 6개월 만에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됐다. 투팍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 사건 수사도 진척이 없던 탓에 음모론의 대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