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 음성 유방암’ 최신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길 열리나?

입력
2023.09.30 10:32
[건강이 최고] 국내 허가 4가지 약 모두 비급여… “키트루다·트로델비 건강보험 적용 평가 진행 중”

“유방암 치료를 위해 집도 팔고 다 팔았으나 더 이상은 치료비 한계가 와서 이런 호소문을 올린다. 새 치료제를 맞지 않으면 죽어갈 것이며, 저 외에도 새로운 유방암 치료제를 투여하고 싶어도 약값이 너무 비싸서 맞지 못해서 저세상에 가시는 분들이 많다.”

얼마 전 국회 ‘국민 동의 청원’ 게시판에 올라 온 한 유방암 환자가 새로운 유방암 치료제의 국내 승인과 건강보험 적용을 호소하는 청원이다.

한국 여성의 유방암(2019년 기준)은 전체 여성 암 중 24.6%를 차지해 2016년 이후 여성에게 발생한 가장 흔한 암이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93.8%다(2020년 국가암등록통계). ‘여성 암 1위’ 유방암은 40대에 발병률이 가장 높고, 평균 진단 나이는 52.3세다(한국유방암학회).

그런데 국내 유방암 환자 10명 중 1명 꼴로 나타나는 ‘삼중 음성(-) 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TNBC)'은 예후(치료 경과)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 대부분은 30대 이하 여성이다.

삼중 음성 유방암은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HER2 수용체가 없기에 여러 호르몬 치료나 트라스투주맙(상품명 허셉틴) 기반 요법의 표적 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 대부분은 20~30년 전 출시된 세포 독성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한다.

다행히 삼중 음성 유방암을 효과적으로 고치는 치료제가 개발됐다. 하지만 확실한 임상적 혜택이 임증됐지만 국내 허가된 4가지 치료제 모두 비급여이고, 다른 새 치료제는 국내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삼중 음성 유방암 치료는 수술과 수술 후 보조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로 제한된다. 약물 치료제는 효과가 부족하지만 항암화학요법이 표준 요법으로 쓰이고 있다.

항암화학요법은 잦은 다약제 내성 발생 및 기존 전이성 삼중 음성 유방암 치료제에서 볼 수 있는 낮은 반응률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1차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하면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의 무질병 생존 기간은 고작 3~4개월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진행·전이성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들은 새로운 치료제를 사용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와 유럽종양학회(ESMO) 등 주요 유방암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미 새로운 치료법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길리어드사이언스 코리아의 ADC 항암제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가 각각 건강보험 급여 확대와 신규 등재 건으로 평가가 진행 중이다.

박경화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열린 ‘삼중 음성 유방암의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최근 면역항암제·PARP 억제제·ADC 항암제 등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의 기존 표준 치료 한계를 개선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 사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은 탓에 암환자 부담이 크기에 생존 혜택을 입증한 치료제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새로운 치료제들은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유방암 치료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우선 한국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2021년 7월 ‘PD-L1 발현 양성(CPS≥10)이며, 수술 불가능한 국소 재발성 또는 전이성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 2022년 7월 ‘고위험 조기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의 수술 전후 보조 요법’에 허가를 받았다.

키트루다는 KEYNOTE-355 임상에서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 값은 9.7개월로 항암화학요법 5.6개월보다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35% 줄였다. 생존 기간은 23개월로 항암화학요법 16.1개월보다 사망 위험을 27% 감소시켰다.

한국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은 2020년 1월 ‘PD-L1 발현 비율 1% 이상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전이성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 허가를 받았다.

티쎈트릭은 IMpassion130 임상 연구에서 환자군의 무진행 생존 기간은 7.4개월로 항암화학요법 4.8개월보다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38% 줄였다. 생존 기간은 25.4개월로 항암화학요법 17.9개월보다 사망 위험이 31% 감소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PARP 억제제 ‘린파자(올라파립)’는 지난 2월 ‘전이성 gBRCA 변이 HER2 음성(-) 환자의 수술 전후 보조 요법과 2차 치료’ 허가를 받았다.

린파자는 OlympiA 3상 연구에서 무진행 생존 기간은 7.0개월로 대조군 4.2개월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 42%가 줄었다. 생존 기간은 19.3개월로 대조군 17.1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10% 감소시켰다.

길리어드사이언스 코리아의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는 TROP-2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약물 접합체(ADC)로 지난 5월 허가를 받았다. 트로델비는 ‘두 번 이상 전신 치료를 받은 적 있고, 이 중 한 번 이상 전이성 질환에서 치료를 받은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2차 이상)’에 허가를 받은 약물이다.

트로델비는 ASCENT 3상 연구에서 무진행 생존 기간 중간 값은 4.8개월로 의사가 선택한 항암화학요법을 실시한 대조군 1.7개월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57% 줄였다. 생존 기간은 11.8개월로 대조군 6.9개월 대비 사망 위험은 49% 감소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