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는 좁아진 관상동맥을 스텐트를 삽입해 넓히는 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으면 흡연자보다 치료 성적이 좋았고, 과거 흡연자는 비흡연자와 비슷한 예후(치료 성적)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시술 후 금연을 시작한 환자(흡연력 20갑 년 미만)는 비흡연자와 비슷한 치료 성적을 보였지만, 20갑년 이상일 때는 흡연자와 비슷한 치료 성적을 보였다. 갑년이란 하루에 피우는 담배 갑과 흡연 기간(연)을 곱한 값이다. 예를 들어 하루 1갑씩 20년 또는 하루 2갑씩 10년간 담배를 피우면 흡연력은 20갑 년이다.
한정규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기유정 의정부을지대병원 교수·한경도 숭실대 교수)이 2009~2016년 ‘관상동맥중재술(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ㆍPCI)’을 시술받고 국가건강검진에서 흡연 상태를 기록한 7만4,471명 환자의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후 1년 내 시행된 건강검진을 받고 흡연 상태에 대한 자료가 있는 7만4,471명을 건강검진 시점의 흡연 상태에 따라 △비흡연자 △흡연자 △과거 흡연자(흡연력 있지만 검진 시점 금연)로 나눴다. 이후 세 그룹의 관상동맥중재술 후 치료 성적(관찰 기간 중간 값 4년)을 분석했다.
그 결과, 흡연자의 심근경색·협심증 등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비흡연자보다 20% 높은 반면, 과거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와 비슷할 정도의 발생 위험이 관찰됐다.
최신 관상동맥 치료를 받더라도 흡연이 치료 성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관상동맥중재술 전후 건강검진(두 건강검진 간 간격 중간 값 628일)을 받은 3만1,887명의 환자를 흡연 상태 변화에 따라 △비흡연자(비흡연→비흡연) 지속 흡연자(흡연→흡연) △금연자(흡연→비흡연)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그 결과, 흡연 과거력이 20갑 년 미만인 환자라면 관상동맥중재술 후 금연하면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은 비흡연자와 통계적으로 비슷했다.
반면 흡연 과거력이 20갑 년 이상인 환자라면 금연을 하더라도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지속 흡연자와 유사했다. 누적된 흡연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심장 근육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이 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 시술을 받은 2만8,366명의 환자만 따로 분석한 결과 전체 환자군에서와 같이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와 비교해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15% 높았고, 과거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와 비슷한 발생 위험이 관찰됐다.
다만 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환자는 시술 후 금연해도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 감소가 두드러지게 관찰되지 않았다.
분석 대상이 되는 환자 수가 부족해 통계적 의미가 없었거나, 심근경색이 과거 흡연으로 누적된 심장 근육 손상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더 큰 비가역적 손상을 유발한 결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한정규 교수는 “최신 관상동맥중재술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서도 흡연이 치료 성적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대규모 연구로 증명했다”며 "그러나 흡연력이 20갑 년이 되지 않으면 시술 후 금연하면 비흡연자와 비슷한 치료 성적을 거둔다는 결과가 중요하다”고 했다.
한 교수는 “심근경색 환자의 경우 흡연하는 게 비흡연자보다 치료 성적이 좋다는 ‘흡연자 역설’을 몇몇 과거 연구에서 보고됐지만, 이번 대규모 인구 기반 연구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혈관계 분야 국제 권위지인 ‘유러피안 하트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