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해촉 처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방심위원장 해촉은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송각엽)는 27일 정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촉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해촉 통지는 소송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니다"라며 "실체적 요건을 판단할 필요 없이 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앞서 방통위는 국고보조금 집행 회계 검사 결과 정 전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이 출퇴근 시간을 준수하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검사 결과를 근거로 지난달 17일 두 사람에 대한 해촉안을 재가했다. 이에 정 전 위원장과 이 전 부위원장은 해촉 취소 본안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심문 과정에서 정 전 위원장 측은 해촉에 앞서 청문 절차도 이뤄지지 않는 등 윤 대통령의 해촉 통지가 절차상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처신 문제와 관련해선 "방심위 사무처 직원들과 달리 방심위원들에 대해선 공무관리 규정이 없고, 정 전 위원장의 경우 전체 업무추진비 사용 341건 중 13건 문제가 발견됐는데 단순 부주의 정도에 그친다"며 해촉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도 항변했다.
법원은 그러나 방심위원장 해촉이 행정처분이 아닌 공법상 계약해지에 불과해 청문 절차 등이 모두 불필요하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행정청이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시켰더라도 곧바로 그 의사표시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행정처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방심위원 지위 일부가 국가공무원과 유사한 면이 있기는 하나, 방심위 성격과 위원에 대한 처우 등을 고려할 때 방심위원 위촉은 국가와 위원이 대등한 지위에서 성립하는 공법상 계약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