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가 반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연이은 악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시사에 가뜩이나 움츠러든 투자 심리는 최근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위기감에 재차 고꾸라졌다. 미 국채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나침반 격인 미국 증시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14% 내리며 지난 3월 22일(-1.63%)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고, 기술주가 포진한 나스닥은 1.57% 떨어졌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은 1.47% 내리며 지난 6월 초 이후 약 석 달 만에 4,300선을 내줬다.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우려가 최근 이렇다 할 호재 없이 하락 곡선을 그리던 뉴욕 증시를 재차 압박했다. 미 의회의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예산안 협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미 재무부가 이달 말로 추정한 셧다운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온 탓이다.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다음 달 1일 전에 12개 연방 세출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공무원의 급여 지급 등이 중단되면서 연방정부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진다.
이날 미 상원은 셧다운 사태를 막기 위해 11월 17일까지 정부 단기 지출을 담은 '임시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일단 합의했다. 하지만 예산 대폭 삭감을 주장하는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선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 최종 통과 여부는 안갯속이다.
셧다운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연 4.55%를 웃도는 등 2007년 10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썼다. 전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셧다운 사태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채권 금리를 밀어 올렸다. 국가 신용등급 강등은 해당 국채 리스크(위험)가 커진다는 뜻으로 금리는 뛰게 된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경고까지 위험회피 심리를 부추겼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25일 한 인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금리가 3%에서 5%로 오를 때보다 5%에서 7%로 오를 때 훨씬 고통스러울 것"이라면서 "세계가 7% 금리에 준비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연준 당국자들 사이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달아 나온 것도 증시엔 부담이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6일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착화돼 연준이 금리를 2회 이상 올려야 할 확률이 4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긴축 장기화를 시사한 바 있다.
정치·경제 상황을 드리운 불확실성 탓에 당분간 미국 금융시장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샘 스토벌 CFRA리서치 연구원은 미국 CNBC방송에 "명확성이 부족해진 투자자들로선 (포지션을) 가볍게 가져가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높은 금리, 셧다운을 둘러싼 정치권의 교착 상태, 세계 경제 불안 등 다양한 걱정거리들이 월가를 지배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