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문신 새기고 협박 일삼은 MZ조폭... 강남아파트 살며 벤틀리 탔다

입력
2023.09.27 15:23
6면
경찰, 갤러리 대표 협박한 일당 구속
영화 '넘버 3' 본떠 '불사파'로 자칭

미술작품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며 투자사 관계자들을 도와 갤러리 대표를 감금∙협박한 'MZ조폭'(20·30대 조직폭력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온몸에 문신을 그리고 영화에서 나오는 조직 이름을 따 활동했으며, 별다른 직업 없이 고급 아파트와 고급 수입차를 향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27일 "유모(30)씨 등 투자업체 관계자 3명, MZ조폭 3명, 조선족 폭력배 3명 등 9명을 폭력행위처벌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아직 검거되지 않은 MZ조폭 2명 등 3명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유씨 일당은 지난달 초 갤러리 대표 A씨를 수차례 협박하고 감금∙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유씨의 업체는 A씨의 갤러리 그림 5점에 28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고 나서 그림 대금으로 42억 원을 받기로 했지만, 이를 돌려받지 못하자 폭력배를 앞세워 A씨를 겁박했다. 유씨가 피해자에게 2, 3개월 치 이자로 요구한 금액만 45억 원에 달해, 원금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범행은 치밀하고 대범했다. 1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A씨를 불러낸 일당은 피해자를 차량에 태운 뒤 서초구에 위치한 유씨 회사 건물 지하실로 데려갔다. 이후 A씨를 7시간 넘게 감금한 채로 "다른 그림이라도 내놓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남편 명의의 연대보증을 강요했다. 피해자 휴대폰에 위치 추적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후 숨김 설정을 해놓기도 했다.

무도한 행각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며칠 후 일당은 갤러리를 찾아가 A씨의 손과 머리를 폭행하면서 채권 추심 명목으로 3,900만 원 상당 그림 3점을 빼앗았다. A씨를 불러 "조폭과 조선족을 시켜 '묻지마 살해'를 하겠다"고 겁준 일도 있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범행 가담자들을 특정, 이 중 5명이 자칭 '불사파'로 활동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불사파는 영화 '넘버 3'(1997년)에서 조필(송강호 분)이 결성한 조직 이름에서 착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사파 야유회'라는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검거된 피의자들은 모두 강남 아파트에 살며 벤츠 S580이나 벤틀리 등 2억~3억 원 상당 외제차를 끌고 다녔다고 한다.

경찰은 전통적 방식의 조폭과 달리 이합집산 형태로 범죄를 저지르는 MZ조폭의 실체가 일부 규명된 만큼 여죄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조폭들은 유흥업소 등을 주요 거점으로 삼았기 때문에 '지역구' 성격이 강했지만, MZ조폭은 SNS 등을 통해 활동하기 때문에 특정한 활동 지역이 없는 '전국구' 성격을 가진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A씨 남편에 대해서도 업무방해와 협박을 한 사실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면서 "신종 MZ조폭에도 폭처법상 범죄단체 구성·활동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범죄단체 구성·활동죄는 △조직 수괴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간부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일반 조직원은 2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한다.

최다원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