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이 892자에 이르는 영장기각 사유를 내놓은 데서 고심이 느껴진다. 구속 여부가 유·무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야당 대표에 대해 2년간 진행돼 온 검찰 수사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사법적·정치적 의미가 크다.
서울중앙지법이 27일 내놓은 영장 기각 사유는 “직접 증거 부족” “다툼의 여지”로 요약된다.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에 있어서 이 대표 연루에 대한 검찰의 입증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대장동 수사 착수부터 2년간 검찰력 상당 부분을 야당 대표 수사에 쏟아부은 결과가 영장 기각이니, ‘야당 탄압’ ‘검찰 공화국’ 프레임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대장동·위례 개발사업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까지 포함해,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가 나오지 않아 수사의 정치성에 대한 의심이 뒤따랐다.
검찰은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고 해놓고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 “정당 대표 신분 때문에 증거인멸이 없다고 적시한 건 정치적 고려”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증거인멸 염려 판단은 관련자 진술의 임의성까지 포함한 종합적 고려라 밝힌 부분이어서, 지엽적 시비로 보인다. 위증교사 부분도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한 부차적 혐의여서, 백현동·쌍방울 사건 본류와는 거리가 있다.
검찰은 지금 법원을 비난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정부 들어서 검찰은 독립성과 중립성 면에서 크게 추락했다는 지적이 터무니없지 않다. 야권 수사는 ‘먼지털이’식으로 진행하고, 여권이나 정권과 관련된 의혹은 수사 착수 소식조차 듣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는 검찰 주장을 누가 믿겠나.
수사에 성역이 없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 대표 수사가 ‘외과수술’식으로 정밀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졌다면 영장 기각이 검찰에 가하는 타격도 이렇게 크진 않았을 것이다. 검찰이 정도와 원칙을 벗어난 ‘정치적 행보’를 의심받으면 그 부메랑은 돌아오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