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아라” 쓰레기봉투 수만 개 뒤진 자원봉사자들

입력
2023.09.27 13:43


“축구장 73개 넓이, 좌석 수만여 개. 이곳에서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아라. 전원은 꺼져 있다.”

불가능할 것만 같은 미션이 성공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중국 항저우에서 일어난 일이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국제 스포츠대회의 필수 덕목인 연대와 협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26일(현지시간) 항저우 아시안게임 공식 트위터와 인도 매체 타임스나우월드(TNW) 등에 따르면 체스 홍콩 대표팀 소속 류텐이(12) 선수는 지난 24일 항저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첫 대규모 국제대회에 참가한다는 설렘에 휴대폰 분실도 알지 못했던 류텐이는 개막식 공연이 진행 중일 때에서야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걸 깨닫았다고 한다.

류텐이가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사용한 것은 개막식 당일 저녁식사 때. 가방에 넣어두었다고 생각했는데 쓰레기로 버려진 것 같았다고 한다. 자원봉사팀에 급박한 연락을 취했지만 사실상 휴대폰을 찾기는 어려워 보였다. 휴대폰 전원이 꺼져 있어 전화벨 소리나 GPS 추적으로 위치를 찾을 수는 없었다. 방법은 이날 스포츠센터를 샅샅이 뒤지면서 배출된 수만 개의 쓰레기 봉투를 뒤져보는 것.

연락을 받은 자원봉사팀은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52만3,000㎡ 면적의 스포츠센터를 수색하고 음식물 쓰레기와 각종 오물이 뒤섞인 쓰레기봉투를 하나하나 열기 시작한 것이다. 수색 작업은 밤새 계속됐다. 그리고는 류텐이의 연락을 받은 지 20시간도 되지 않아 휴대폰을 찾아 냈다. TNW는 “(분실 이튿날인) 25일 오후 3시쯤 자원봉사자들이 홍콩 대표팀 관계자에 연락해 휴대폰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조직위는 이런 소식을 이날 공개했다. “임무 완수(Mission accomplished)”라는 두 단어를 앞세우면서다. 항저우 등 저장성 일원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미디어, 교통 등 각종 시설에서 안내, 통역, 의료 등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지원하는 자원봉사자 3만7,000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 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TOI)는 “원래 스포츠 성과를 보여주는 행사였던 아시안게임이 연대와 협력의 상징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