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선박 충돌 사고로 한국인 관광객 25명 등 27명의 사망자를 낸 유람선의 선장이 1심에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6일 레오나 네베트 부다페스트 지방법원 판사는 수상교통법을 어겨 대규모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 유리 카플린스키(68) 선장에게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카플린스키 선장은 2019년 5월 29일 다뉴브강에서 대형 유람선인 ‘바이킹 시긴’호를 운항하던 중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다른 소형 유람선과의 추돌 사고를 유발하고, 사고가 터진 후에도 구조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카플린스키 선장의 크루즈선과 충돌한 ‘허블레아니’호에는 사고 당시 한국인 관광객과 가이드 등 33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동유럽 패키지여행 막바지에 헝가리를 찾은 이들은 야경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갓 출발한 바이킹 시긴호에 후미를 들이받혔다. 이 충격 때문에 유람선이 몇 초 만에 가라앉으며 탑승 중이던 한국인 25명과 허블레아니호의 헝가리인 선장과 승무원이 숨졌다. 한국인 여성 1명의 시신은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못해 실종 상태다.
당시 허블레아니호를 추월하려 한 바이킹 시긴호가 무전교신을 통한 연락에 소홀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추돌 후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하는 가운데 제때 구조에 나서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헝가리 수사당국은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수상교통 방해 △사고 후 미조치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고, 카플린스키 선장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이유로 2020년부터 가택 연금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재판부는 수상교통 방해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했지만, 사고 후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냈다.
이날 카플린스키 선장은 최후 진술에서 “희생자들에게 죄송하다. 수많은 무고한 희생을 낳은 비극의 기억에서 단 한순간도 벗어날 수 없고 잠도 잘 수 없었다”며 “제가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사고로 가족을 잃었던 한국인 유족이 2020년 바이킹 시긴호와 허블레아니호의 선주사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