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건군 75돌을 맞아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으로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어제 성남 서울공항에서 앞당겨 실시한 국군의날(10월 1일) 행사에서 김정은 정권을 겨냥해 “핵무기가 자신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이 북한의 끊임없는 핵개발 및 고도화에 엄중한 인식을 주의환기한 것은 최근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 등 한층 긴박해진 동북아 정세와 무관치 않다.
10년 만에 재개된 국군의 도심 시가행진은 긴장이 고조되는 안보상황과 맞물려 평화에 대한 고민을 깊게 했다. 5년마다 열리던 시가행진은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병사들의 고충”을 명분으로 사라졌고, 가수들 축하공연으로 대체됐다. 당시 남북화해 국면에 군사 퍼레이드가 부담스러웠던 게 실질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군은 사기와 명예가 꺾여선 안 되고 그 위용과 군기(軍紀)를 드러내고 과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서울 한복판에서 성대하게 치러진 건군 75주년 행사는 우리의 '군'을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괴물 병기’로 불리는 고위력 현무 미사일과 장거리 지대공유도미사일(L-SAM)이 처음 공개됐고, 북핵 억지력의 핵심인 3축 체계 장비들도 대거 등장했다.
증강된 국방전력의 과시도 좋으나 우리 군은 지금 그보다 더 절박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출생 인구절벽 여파로 '60만 대군'이 깨지더니 4년 만에 군병력이 5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병력 감소에 맞물린 중간간부 부족으로 군은 이미 기형적 구조로 가고 있다. 집을 새로 짓는 것과 같은 군 조직과 전력의 정예화, 첨단화로 국방을 재조직해야 할 때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적에게는 두려움을, 국민에게는 믿음을 주는” 강한 군대가 되려면 ‘인공지능(AI) 강군’ 등 대대적인 혁신도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를 지키려면 한미동맹 격상과 한미일 협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압도적인 강군 육성이 근본이고 먼저다.